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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진의 평상시
문영진 지음 / 서영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시란 무엇일까? 거창하게 시문학 강의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사전적 의미로서의 시(詩)는 이렇게 설명되고 있다.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
그렇다면, 요 근래 sns에 가볍게 올려지고, 팔로우들에게 인기를 끌어 종이책으로까지 출간되고 있는 짧은 문장의 다양한 시집들 역시 단연코 시집이라 말할 수 있겠다. 분명 어떤 정서를 운율에 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 시집 『문영진의 평상 시』 역시 그러하다.
그래, 조금 더 솔직하게 책을 평가하면, 이 책 안에 담겨진 짧은 글들은 대다수가 말장난이다. 조금 부드럽게 표현한다면 ‘언어유희’, ‘말놀이’가 가득하다. 그런데, 어차피 시란 것이 이런 말놀이의 요소가 가득한 것 아닐까? 물론, 그 말놀이라는 것이 시어(詩語)로 살짝 덮여 있어, 즉각적인 공감을 끌어내지 못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독자들의 시에 익숙지 않은 탓일 수 있겠다. 하지만 때론 시인 외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알지 못할 만큼 추상적이기도 하다(어쩌면 시인 역시 모를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이러한 말놀이에 비한다면, 이 책에 담긴 말놀이는 하나도 어렵지 않아 좋다. 어렵기는커녕 너무 가볍고 때론 저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누구나 한 번 보면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즉각적으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그런 내용들에 쉽게 공감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 많은 이들에게서 쉽사리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이야 말로 이 책의 강점이다.
그 내용이 때론 달달하고, 때론 닭살 돋게도 한다. 때론 야하기도 하다. 때론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안에 위트가 담겨져 있기도 하고, 촌철살인의 언어를 품고 있기도 하다. 사실, 누군가 이미 했던 말 같기도 하고, 어느 경우엔 이미 나의 실생활에서 상용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멀리 있지 않은 우리의 일상 언어들. 그 언어를 가진 말놀이, 언어유희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들이다. 문학적이라 할 수 없을 진 몰라도 금세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들. 공감,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이 책은 노벨 문학상을 꿈꾸는 책도 아니고, 여느 문학상을 꿈꾸는 책이 분명 아니다. 그러니 굳이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필요가 없겠다. 그저 웃으며 읽고 공감하면 된다. 그리고 또 생각나면 다시 들여다보며 미소 지으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