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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쪽으론 숨도 쉬지 않았다 - 제5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ㅣ 한우리 청소년 문학 6
장혜서 지음 / 한우리문학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장혜서 작가의 『내 쪽으론 숨도 쉬지 않았다』란 제목의 청소년소설은 제5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입니다. 청소년소설이지만, 분위기가 가볍지 않고 묵직하네요. 대체로 청소년소설의 경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도 분위기는 가벼운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과는 분위기와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엄마들이 절친이라는 인연으로 함께 어울려 다니는 승희, 승지, 히라, 은기의 이야기입니다. 승희와 승지는 남자 쌍둥이 형제고, 완전히 똑같은 외모이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형제입니다. 승희는 뭐든 잘하는 아이로 존재감이 높은 아이인 반면, 승지는 이에 비해 다소 루저의 느낌을 갖게 하는 존재감이 약한 아이입니다. 승희는 냉정한 아이고, 승지는 정이 많으면서도 다소 4차원적인 소년입니다. 게다가 승지는 히라(히라는 승희와 연인사이입니다.)를 사모하면서도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성전환 수술을 위해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
히라와 은기는 친자매는 아니지만,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갑니다. 은기의 엄마가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당시 만삭이던 상태에서 은기만이 살아나게 되었고, 후에 히라의 엄마가 데려와 함께 살아갑니다. 은기는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투명인간과 같이 존재감이 없는 아이입니다. 반면 히라는 반대입니다. 어딜 가도 존재감이 강한 환상적 외모의 아이. 히라의 모든 것을 아이들은 좋게 평가하지만 실상은 대단히 냉정한 아이입니다.
히라가 존재감이 강한 것은 외모 탓도 있지만, 어린 시절 유괴 당했던 전력, 그 소문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유괴당한 것은 히라가 아닌 은기입니다. 그래서 히라는 은기를 부러워하죠. 은기의 인생은 온통 드라마 같은 특별함이 가득하니까요.
왜 너만! 왜 너만 빈사의 사자상 아래 버려지고! 왜 너만 엄마가 불타 죽고! 왜 네가 미친놈한테 유괴당한 건데!
난 고작 별거 중인 부모가 있을 뿐인데. 죽이고 싶은 아빠 같은 건 흔해 빠졌어. 누구나 머릿속에서 아빠를 마흔 번쯤은 죽이잖아. 전혀 특별하지 않아!(123쪽, 히라가 은기에게)
사실 특별함을 추구하고 좇는 것 같지만, 실상은 평범함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절규처럼 느껴져서 더욱 아프게 다가오던 장면입니다. 히라는 아빠의 사랑을 받고 싶고, 관심을 끌고 싶으면서도 결코 아빠를 사랑하지 못하는 상태거든요. 아니, 오히려 아빠를 경멸하죠.
히라 뿐 아니라 소설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랑의 부재가 처음에는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소설입니다. 이런 충격은 다음으로는 아픔으로 다가왔고요. 아이들 역시 과연 진정한 우정이 존재한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전개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철저히 어두운 묘사들, 닫힌 심리 상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아픔을 표현하고 있으며, 그 닫힘 이면에 서로를 향한 열린 마음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뿐 아니라, 네 아이들이 겪는 아픔, 어두움, 극단적 선택 등은 모두 부모의 세대에게서 대물림 한 것임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같아요. 어쩌면 지금 겪는 청소년들의 아픔 역시 청소년들 탓이 아니라 부모가 만들어 놓은 아픔이며, 부모가 물려준 유전된 아픔일 수 있다는 메시지 말입니다.
소설의 시점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처음엔 3인칭 전지적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은기 입장에서의 1인칭 시점으로 바뀌거든요. 특별한 동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어느 순간 1인칭 시점이 등장하여 이게 누구인지 혼란스럽다가 소설 말미에서는 확연히 은기임을 알 수 있어요. 작가의 의도인지 실수인지가 모호하네요.
소설의 제목이 『내쪽으론 숨도 쉬지 않았다』입니다. 그러니, 뭔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거죠. 서로를 향해 진심어린 마음을 주지 않고, 마음의 벽을 세워버리는 그런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상처받지 않으려 미리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의 차가움을 알기에 친구가 상처받지 않도록 미리 차단하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사전 차단이 도리어 상처가 되지만 말입니다. 이런 오해가 소설을 마치며 씻겨져요. 뿐 아니라, 은기와 연관된 유괴와 은기 엄마의 화재 사건 역시 오해가 씻기고요. 이런 오해의 씻김과 단절 속에 서로를 향한 마음이 담겨져 있음을 통해, 화해로 나아가려던 걸까요?
아무튼 다소 광기가 느껴지기도 할 만큼 청소년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는 소설입니다. 조금 어렵기도 하고요. 독자로서 나의 부족함 탓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