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 - 다시 살아난 제주 신화
김원석 지음, 송진욱 그림 / 머스트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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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왕 아파트란 곳 각 가정의 모든 변기가 마법처럼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쓰여진 ㅎ이란 글자. 과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한편 이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 조왕 아파트에 살던 서현이란 여자아이는 제주에 사는 삼촌에게 갔다가 벼락을 맞고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됩니다. 이 두 사건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그리고 사건 이면에는 어떤 일이 도사리고 있는 걸까요?

 

동화 『녹디생이, 사라진 변기를 찾아라』는 측간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판타지 동화입니다. 그리고 동화의 밑바탕에는 제주 신화가 모티브가 되고 있고요. 제주도 설화인 <문전본풀이>에는 측간(변소)신과 조왕(부엌)신이 앙숙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내용이 잘 나와 있다고 합니다. 동화는 바로 이러한 측간신(동화 속 이름: 클리어)와 조왕신(동화 속 이름: 조킹)의 대립 구도로 진행됩니다.

 

조왕 아파트(아파트 이름이 조왕인 이유도 알겠죠?)의 모든 변기가 사라진 것은 측간신 클리어와 부하가 벌인 일이랍니다. 클리어와 조킹 사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두 친구가 주인공인데, 바로 <문전본풀이>의 주인공 문전신(대문을 지키는 신) 녹디생이와 동화 속의 창작 인물인 서현입니다.

 

벼락에 맞았다 기적적으로 회복된 서현은 녹디생이를 만나 해달(해와 달)이 되어 다양한 둔갑술과 묘술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악당 측간신의 부하들과 싸우게 됩니다. 둔갑술과 묘술을 쓰기 위해선 ‘콜!’이라고 외쳐야만 하는 모습이 왠지 허접하면서도 친근하네요.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딸도 말끝에 ‘콜’을 잘 외치거든요. 작가 선생님은 아마도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을 반영한 거겠죠.

 

다소 이야기의 진행이 산만하고 몰입도가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제주의 설화를 통해 우리에게 측간(변소)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 있어 의미가 있네요. 우리 모두 더럽게 여기고 하찮게 여기는 변소야말로 너무나도 소중한 곳이니까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출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데, 우린 배출을 더럽게만 여기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더럽게 여기고 하찮게 생각하는 그것 역시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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