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도령과 하회탈 한무릎읽기
정종영 지음, 이수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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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하우스에서 금번 출간된 정종영 작가의 『허 도령과 하회탈』은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하회탈에 얽힌 전설 허 도령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동화입니다.

 

이 동화의 지리적 배경이 되는 안동 하회마을은 강이 휘감아 마을을 돌아가기 때문에 ‘물도리 마을’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물도리 마을’은 이처럼 강이 마을 전체를 휘감아 도는 섬 아닌 섬마을이기에 강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나 물에 대한 두려움 내지 경계의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마을에는 500년마다 큰 비가 내려 마을이 사라지게 된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엄청난 물 재앙을 겪게 된다는 거죠. 또한 이런 재앙을 내리는 주지라는 전설적 동물에 대한 전설도 있었고요. 동화는 바로 이런 주지의 재앙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주지로 인해 ‘물도리 마을’은 엄청난 홍수를 겪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런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선 탈을 쓰고 마을 굿을 해야 한답니다. 그러니, 마을을 구하기 위해선 먼저, 누군가가 탈을 깎아야만 합니다.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 때, 마을의 바보 도령인 허 도령이 그 일에 자원합니다. 사실 허 도령은 바보가 아닙니다. 전쟁에서 아버지가 군인으로 끌려가며 살기 위해선 바보 노릇을 해야 한다고 했기에 영민하던 허도령은 그 뒤로 바보처럼 굴었던 겁니다. 아니 어쩌면 남들처럼 약지 못하고,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을 품는 허 도령 같은 이야말로 바보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이 시대가 그리워하고 갈망할 바보 말입니다.

이렇게 바보 도령 허 도령이 탈을 만드는 이야기를 동화는 전해줍니다. 탈을 만드는 이유는 마을을 위해서입니다. 그 수단이 마을 굿이고요. 그런데, 이 마을 굿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 사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마을 굿은 마을이 하나 되는 한 마당인 겁니다. 그렇기에 허 도령은 그 한마당을 꿈꾸며 마을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깎습니다. 허 도령은 탈을 통해 남자, 여자, 늙은이, 젊은이, 양반, 상놈, 웃고, 화내고, 슬프고 즐거운 사람의 모든 표정을 담아내야 합니다. 그것도 진실한 얼굴들을 말입니다.

 

그러니, 하회탈에 얽힌 전설과 이 동화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마을 공동체의 하나 됨 입니다. 온전히 한 마음을 이루기 위한 마을 굿, 이 한 마음으로 모아지는 공동체가 바로 엄청난 재앙을 이겨내는 거겠죠.

 

또 하나 동화 속엔 허 도령과 얄미운 양반의 딸 선영 낭자와의 이루지 못한 애틋한 사랑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비극적 결말 뒤에는 양반의 자기반성도 뒤따르게 되고요. 양반은 자신이 마을 공동체의 회복과 평안을 향한 일을 외면했음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못난 모습 때문에 딸을 잃었음도 후회하고요.

 

이처럼, 이 동화의 결말은 슬픔으로 마쳐지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회복과 화해, 어우러짐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회탈 자체가 바로 이런 어우러짐의 한 마당을 위한 것이니 말입니다. 허 도령이 탈을 깎던 그 마음처럼 이 땅에 있는 서로 다른 모든 얼굴들이 진실한 얼굴을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아울러 이런 다양한 얼굴들 하나하나가 인정되며, 이 얼굴들이 아름답게 하모니를 이루는 축복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결국 이런 다양성과 하나 됨의 균형, 그리고 허 도령과 같은 자기희생의 헌신이야말로 재앙을 몰아내는 힘이 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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