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할머니 - 중국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1990 칼데콧상 수상작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7
에드 영 글.그림, 여을환 옮김 / 길벗어린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 『늑대 할머니』는 중국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옛이야기를 작가가 새롭게 전해주고 있는 책으로, 1990년 칼데콧 상, 1990년 보스턴 글로브혼북 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옛 이야기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와 너무 흡사한 점이 놀랍습니다. 어쩌면 서로 다른 민족,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공통된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우리 이야기와 유사한 점, 차이점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딸 셋을 둔 아주머니가 하루는 할머니 생일을 맞아 먼 길을 떠납니다. 아이들에게 문단속 잘 하길 당부하고 말이죠.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늑대 녀석이 할머니인 척 하며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집 안에 무혈입성한 늑대는 즉각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아요. 함께 눕기도 하죠. 물론,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촛불을 꺼버리지만요. 할머니인줄 믿고 늑대에게 안기는 아이들, 함께 눕는 아이들의 모습. 조금씩 의심을 품긴 하지만, 이리저리 거짓말로 빠져나가는 늑대의 모습에 조마조마하며 가슴을 졸이게 됩니다. 오히려 즉각 달려들지 않아 더욱 졸이게 되네요.

 

드디어 첫째인 상이 할머니가 아닌 늑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뒤에 보여주는 상의 지혜가 참 돋보입니다. 상은 은행열매를 먹게 되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며 늑대를 속입니다. 이 부분에서 불로초를 찾아 천지사방에 사람들을 보냈던 진시황제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죽지 않고 영원히 살려는 인간(? 사실 늑대죠)의 욕망을 상은 잘 이용합니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할머니에게 드릴 은행을 따오겠다며 은행나무 위로 올라가 피하게 됩니다.

 

뿐 아니라, 늑대를 부르고, 늑대를 끌어 올리다가 떨어뜨려 죽이는 장면은 아이들의 용기와 지혜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와 확연히 다른 점은 아이들 스스로 힘겨운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점입니다. 아이들 스스로의 꾀와 용기를 가지고 말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욱 통쾌하게 느껴지네요. 우리의 이야기가 하늘의 도움을 간구한다면, 중국의 이야기는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가요. 그러니 어쩌면 아이들 스스로 더욱 독립적으로 세상을 개척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아울러 세 아이들이 늑대를 바구니에 달아 올리다가 떨어뜨리는 것을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3차례나 반복하고 있음이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이 쯤 되면 늑대가 참 어리석지 않나요? 한두 번 당하고 나면 아이들이 자신을 속이고 자신을 헤하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어쩌면 영원히 살 수 있으리란 욕망이 그런 의심을 잠재웠을 수도 있고요. 뭔가에 대한 욕망이 이처럼 눈을 가리게 됨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욕망은 무엇일지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옛 이야기와 너무나도 비슷한 이야기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네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며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만나게 될 텐데, 그럴 때마다 이야기 속의 아이들처럼 지혜롭고 용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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