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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오누이 ㅣ 초등학생을 위한 새로 보는 옛이야기 2
양혜원 글, 김미정 그림 / 노란돼지 / 2016년 5월
평점 :
도서출판 노란돼지에서 새롭게 출간되고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새로 보는 옛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책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이야기를 새롭게 쓴 작가는 자신이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그 내용 가운데는 작가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소 잔혹하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녀들만을 집에 놔두고 일하러 갔던 엄마가 수수팥떡을 얻어 돌아올 때, 엄마는 못된 호랑이를 만나게 되죠. 호랑이는 그 유명한 대사,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에서 그치지 않고, 떡뿐 아니라 엄마의 팔, 다리 순으로 모두 먹어치웁니다. 뿐만 아니라 집까지 찾아와서 막내인 아기를 먹어치우고, 남은 손가락을 오누이에게 던져주는 장면은 엽기적이기까지 합니다. 작가는 이런 다소 엽기적이고 잔혹한 내용을 할머니에게서 들을 때에도 잔혹하기보다는 오히려 호랑이를 향한 복수(?)가 통쾌했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잔혹하게 느껴지고 다소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해요. 그럼에도 이런 잔혹한 호랑이의 모습으로 인해 호랑이를 향한 복수, 호랑이가 속고 당하는 것이 더 통쾌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울러 호랑이의 이처럼 잔혹하고 엽기적인 모습이야말로 당시 힘을 가진 자들의 만행, 그네들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호랑이의 엽기적이고 잔혹한 행위를 흔히 서술하듯 뭉뚱그려 이야기하지 않고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잔혹한 가진 자들의 갑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 그네들을 향한 반감을 키우기 위함이라 본다면 억지일까요? 이야기 속의 호랑이야말로 자신의 힘으로 힘없는 백성들의 것을 마음껏 빼앗는 권세자들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요.
아울러 그렇기에 오누이의 복수가 다소 소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런 소심함이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약자들의 모습이겠다 싶기도 하고요. 약자들이 자신들을 착취하는 호랑이의 교묘함과 탐욕을 보다 빨리 눈치 챘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나무 위에 올라서는 어떻게 올라갔는지를 끝내 밝히는 다소 우둔하리만치 순박한 모습은 약자들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이처럼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똥이 마렵다며 끝내 호랑이를 따돌리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오누이의 기지만은 통쾌함으로 다가옵니다. 아울러 못된 호랑이를 하늘의 도움을 통해 복수하게 됨 역시 통쾌합니다. 이러한 복수를 뛰어넘어 끝내 어두운 나라를 밝게 비추는 해와 달이 되는 오누이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이 소망하던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네요. 아무튼 ‘새로 보는 옛이야기’ 재미나고, 우리의 옛 이야기들이야말로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재해석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싶어요.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면 좋은 시간이 되리라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