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아이스
홍지화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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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들의 경우, 어떻게 저렇게 많은 책들을 써낼 수 있을까 싶은 분들이 많다. 예를 들면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경우, 평생 500여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그것도 그저 그런 내용의 책들이 아닌 책들을 말이다. 분야 역시 소설, 천문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신화, 종교, 심리학 등 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많은 책을 써낼 수 있다니, 과연 그분은 평소 책을 읽고 연구할 시간이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아시모프 정도는 아니더라도, 완성도 있는 소설들을 끊임없이 출간하고 있는 소설가들도 참 많다. 이렇게 엄청난 다작 활동가들이 많은 시대에 20여년에 걸쳐 창작활동 한 단편 9편을 모아 비로소(?) 한권의 소설집으로 출간한 작가가 있기에 어쩌면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바로 홍지화 작가의 『드라이아이스』란 소설집이다. 이 소설을 내며, 작가는 “소외당하고 외로운, 그래서 상처뿐인 현대인들의 가슴앓이를 그리려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럴까? 9편의 소설은 각기 시대적 배경의 차이가 있고, 주인공들이 처한 환경에도 차이가 있음에도 공통되게 느껴지는 감정은 아픔, 먹먹함, 분노, 무엇보다 결코 좁혀지지 않는 인생의 한계의 벽, 그 한계의 두꺼움이다. 그렇기에 인생의 무게 앞에 우리의 무력함이 더욱 도드라진다. 가정의 깨어짐은 예사롭고, 사랑은 버림받고, 마치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여인네의 삶도 이야기한다. 빼앗기고, 당하고, 취소된 인생들. 아무리 애써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인생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들.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처럼 힘겹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삶의 힘겨움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찰과 고민이 오롯이 녹아 있는 소설들이기에 참 귀하게 느껴진다.

 

물론, 아쉬움은 대체로 그 힘겨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기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작가가 만난 삶의 진실일 수 있겠다. 어쩌면 삶이란 아무리 희망을 품고 살아가더라도 여전히 그 희망이 채워지기보다는 아무리 애써도 여전히 당하고 빼앗기며 깨어지며 비게 되는 인생이기에 그럴게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임에도 도리어 헛헛한 가슴을 뭔가가 채워간다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안에 삶을 대면하는 작가의 통찰력과 함께 진정성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절망과 극단의 결말을 통해 희망을 채워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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