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금지!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5
디에고 아르볼레다 지음, 라울 사고스페 그림,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 맨해튼의 부유한 명문가의 무남독녀인 앨리스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푹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앨리스의 부모님은 이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나 봐요. 새로운 가정교사를 구하면서 내세운 조건은 프랑스 인 여교사로 영어와 프랑스로 거짓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 대요. 그럼 무엇을 거짓말해야 할까요? 그건 루이스 캐롤의 작품 속 앨리스에 대해서, 그리고 그 동화와 연관된 것들에 대해서랍니다. 앨리스가 혹 그 책들에 대해 물어봐도 읽은 적도 없고 읽고 싶지도 않다고 거짓 대답을 해야만 한 대요.

 

이렇게 해서 으젠느 시뇽이란 아가씨는 뉴욕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으젠느란 아가씨가 뉴욕 명문가에 취직하게 된 이면에는 으젠느가 살고 있는 고장의 귀족들의 역할이 컸답니다. 그곳 귀족들은 모두 이 아가씨가 뉴욕으로 취직하여 자신들 고장을 떠나는 것을 열렬히 환호했거든요. 왜냐하면, 으젠느는 엄청난 실수투성이 아가씨거든요. 이 아가씨를 자신들 집의 가정교사로 써야만 하는데, 이 아가씨가 엄청난 실수들을 저지르니 마치 재앙처럼 여겨졌을거예요. 그래서 뉴욕으로 떠나니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요.

 

아무튼 이렇게 으젠느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환경에서 앨리스를 만나게 되요. 그런데, 어쩌죠? 앨리스는 엄마 웰러시 부인의 미국의 유명한 도자기 수집가래요. 큰 일 났네요. 실수투성이 아가씨 으젠느와 동화 속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앨리스와의 만남이 기대되죠?

 

모든 책은 읽어도 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만은 읽을 수 없다는 앨리스 부모님의 모습은 바로 상상의 세계를 인정할 수 없는 이들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동화 속에서도 나오는 내용인대, 실제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931년 중국에서 금서 판정을 받았대요. 그 이유는 동물이 말을 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는 겁니다.

 

분명 동물이 말하는 것은 맞지 않죠. 동물이 말을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죠. 하지만, 진짜 맞지 않는 상황이 무엇인지 우린 알아요.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 무엇인지 말이죠. 이런 상상의 세상, 그리고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없게 하는 것이야말로 터무니없지 않나요? 그러니, 이 동화에서는 무엇이 진짜 맞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말입니다. 정말 터무니없는 것은 상상 속에 빠져 있지 못하도록 ‘책 읽기 금지’를 시키는 앨리스의 부모님이겠죠.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굳은 마음 말입니다.

 

또한 동화 속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실제 모델과 『피터팬』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분들의 만남이 이루어져요. 바로 실존인물들인 앨리스 레델과 피터 르웰린 데이비스죠. 이분들이 서로 만나는 감동적인 장면을 동화 속에 그려놓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어른들이 터무니없이 여길 수 있는 동화, 그 상상의 세계 역시 현실을 근거로 한 것임을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이런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두 주인공 앨리스와 피터의 실존 인물들과 동화의 주인공 앨리스의 만남을 통해, 동화 속 주인공인 앨리스의 상상이 현실과 맞닿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우리의 상상이 결국 현실과 만난다는. 오늘 우리 아이들의 예쁜 상상을 돕는 책들을 우리 어른들 입장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멀리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동화입니다.

 

 

< 좌 : 앨리스의 모델이 된 앨리스 레델, 우 : 피터팬의 모델이 된 피터 데이비스의 동생 마이클 데이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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