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여관 - 나혜석.김일엽.이응노를 품은 수덕여관의 기억
임수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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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관』이란 이 책은 충남도청․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이야기가 흐르는 명소 발굴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명소들 그곳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스토리텔링으로 옷을 입히는 작업인 게다. 이 책은 충남 예산의 수덕사 앞 수덕여관에 얽힌 사연들을 다루고 있다. 수덕여관을 찾았고 그곳에 지친 삶을 잠시 의탁하였던 3사람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혜석, 김일엽, 이응노가 그들이다.

 

수덕여관이 들려주는 첫 번째 인물은 나혜석이다. 우리나라 여성으로서 최초의 개인전을 열었던 화가이자, 시인이며 소설가,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언론인기도 했던 나혜석. 엘리트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신교육을 받고, 자신의 재능을 활짝 펼쳤던 행복한 여인. 여자도 사람인 이상 못할 것이 없다 주장하며 여성해방을 외쳤던 시대를 앞섰던 여인. 하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적이리만치 자유로운 이성생활로 인해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힘겨워 했던 여인. 부유하고 화려한 생활, 인정받고 환영받던 삶에서 배척당하고 비난받던 삶으로의 전락. 그 쓸쓸한 말년의 삶을 의탁했던 공간이 바로 수덕여관이라고 한다.

 

나혜석이 수덕여관을 찾은 이유는 그녀의 사상적 동지이자 친구요, 동료이기도 했던 김일엽이 출가하여 수도하던 곳이 수덕사였기 때문.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책은 두 번째 인물인 김일엽을 다룬다. 나혜석과 많은 부분 비슷한 여정을 걸었던 여성이기도 하지만, 끝은 달랐던 여성 김일엽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여성에 대해 닫혀 있던 시대적 한계가 무겁게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울러 마지막 이응노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현대사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끝까지 조국을 잊지 않고 조국에 돌아오길 바랐지만, 끝내 조국으로부터 떨어져나가야만 했던 이들이 어찌 이응노 한 분 뿐이겠나. 아무튼 끝내 조국을 떠나야만 했던 이응노 화백이 젊은 시절 수덕여관에 있던 나혜석을 찾아와 사사 받으며 수덕여관과 인연을 맺었으며, 후엔 수덕여관을 인수하기도 하여 여관 주인이 되기도 한 이응노. 그의 이야기도 참 재미나다.

 

이처럼 저자는 수덕여관과 인연을 맺은 세 명의 예술가들에 대해 맛깔나게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수덕여관에 대한 기억에 또 하나의 옷을 입게 된다.

 

벌써 십년이 넘은 것 같다. 수덕여관에 다녀온 것이 말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수덕여관은 방치되어 있었다. 마당 한쪽 솟아 오른 굴뚝을 휘감고 오른 덩굴과 곳곳에 쌓여 있던 쓰레기가 을씨년스럽던 풍경. 여관 입구 바위에 새겨진 이응로 화백의 작품 두 점이 덩그러니 놓여 있던 모습이 생각난다. 아무도 찾지 않던 수덕여관. 수덕사를 찾는 수많은 인파들로부터 외면당하기에 더욱 쓸쓸해 보였던 수덕여관. 이제 그곳이 복원되어 새롭게 단장되었고 관리되고 있다니 참 다행이다. 스토리텔링의 옷을 한 겹 더 입은 수덕여관을 다시 찾는다면 그 땐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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