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넬 - 낡은 장화를 버린 날
케이트 해니건 지음, 김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탐정 넬』이란 어린이 소설을 만났습니다. 이 소설은 어린이 소설이지만, 34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의 상당한 분량의 책입니다. 어린이들이 읽기엔 조금 긴 분량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은 쉽게 금세 읽힙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미국의 역사 가운데 실존했던 인물들입니다. 먼저, 핑커튼 탐정 사무소가 등장합니다. 앨런 핑커튼에 의해 세워진 탐정 사무소로 시작하여 탐정 기업으로 성장한 곳으로 실재 미국의 최초의 탐정 사무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탐정 기업이라고 하네요. 바로 이런 탐정 사무소에서 일했던 최초의 여성 탐정 케이트 원이 그 주인공입니다(가상 인물인 주인공 넬의 숙모로 등장합니다.).

 

오늘 사회야 남녀평등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적 분위기는 남성 위주의 사회였습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60년은 더욱 그러하고요. 미국사회라고 해서 남녀평등이 빨리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여성들이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1920년입니다. 그러니, 그보다 60년 전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니, 여성의 사회진출이 아주 미약할 때입니다. 어쩌면 여성의 사회진출이 금기시되기도 했을 것이고요. 그러한 때에 실재로 남성들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탐정 일을 했던 여성 탐정 케이트 원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가공인물이 등장합니다. 케이트 원의 조카 넬 원입니다. 소설은 바로 이 넬의 입장에서 진행됩니다. 숙모와 함께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탐정 일을 배우게 되고, 탐정으로서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소설을 그려내고 있죠.

 

이처럼 여성의 사회진출이 거의 불가능하던 시기, 아니 어쩌면 금기시되던 시대에 그 금기를 깨뜨린 여성들의 용기를 이 소설은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 넬과 케이트의 모습을 통해, 개척정신, 도전정신을 배울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소설의 또 다른 주요 주제는 흑인해방에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넬은 절친 젬마와 주고받는 편지의 내용이 수차례 등장합니다(이 편지 속에 등장하는 둘만의 암호를 추리해 내는 것도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젬마는 흑인소녀입니다. 그래서 험악한 사회분위기를 피해 케나다로 피신해 있는 상태죠. 또한 넬과 케이티 숙모의 가정에 불어 닥친 불행의 시작 역시 이처럼 흑인들을 돕던 일과 연관이 있습니다. 아울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건이 링컨 암살 사건에 대한 비밀 경호 업무 인데, 이 사건 역시 흑인해방과 관련이 있죠.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할 때, 흑인 해방을 외치는 이 링컨을 남부 사람들이 암살하려고 하니 말입니다.

 

이처럼 소설의 커다란 주제 가운데 하나는 흑인해방입니다. 모든 인류는 평등하다는 사상이 소설 밑바닥에 깔려 있다 볼 수 있겠네요. 여성의 사회 참여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고요.

 

또 하나 소설의 커다란 주제는 가족의 회복입니다. 부모를 잃고 형제까지 모두 잃은 넬은 유일한 가족인 숙모 케이트의 집에 의탁하게 됩니다. 물론 숙모는 넬을 원치 않고요. 숙모의 생활도 빠듯할 뿐더러 넬의 아버지에 대한 숙모의 원망 때문입니다. 숙모의 남편인 넬의 작은 아빠는 넬의 아빠가 쏜 총에 맞아 숨졌거든요. 물론, 이는 사고였지만, 숙모는 넬의 아빠에 대한 왜곡된 기억만을 갖고 있거든요.

 

이처럼 어쩌면 서로 원수일 수도 있는 넬과 숙모의 동거로 시작되는 소설은 둘의 관계가 어떻게 회복되어지는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만은 오롯이 창작입니다. 그러니, 역사적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전해주고 싶은 주제에 더하여 가족의 회복이라는 이런 주제를 작가는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네요. 물론, 이처럼 숙모와의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는 데에는 탐정연습생 넬의 아버지와 삼촌간에 벌어졌던 그 사건을 추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 사건은 넬이 해결해 내거든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게다가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기에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네요. 특히 추리 장르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이라면 실재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추리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기에 더욱 의미 있는 그런 어린이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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