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소설Blue 4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란 소설로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김근우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듭니다. 『우수고 스트레스 클리닉』이란 제목의 소설인데, 이 소설은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보다 훨씬 더 재미납니다. 물론,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역시 재미납니다. 하지만,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없지 않죠. 반면, 이 책, 『우스고 스트레스 클리닉』은 청소년소설이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금세 읽어버리게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최종적으로 가게 되는 학교인 ‘우수고등학교’ 이곳은 흔히 똥통이라 부릅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똥들이 모이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똥통에 전학 오게 된 또 하나의 똥 오자서가 풀어나가는 똥통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연상된 책이 있습니다. 혼다 다카요시란 일본 작가의 『정의의 편(I'm a loser)』(파주 : 책에이름, 2016)이란 책입니다. 학교 내에 존재하는 비밀의 동아리란 점이 그렇고, 이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는 이들은 뭔가 특별한 아이들(싸움꾼이든지, 문제아)이란 점도 그렇고, 이들이 학교 내의 문제에 이런 저런 모습으로 관여하여 해결해나간다는 점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정의’에 대한 관심입니다. 『정의의 편』은 무엇이 정의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 『우수고 스트레스 클리닉』은 정의에 대한 고민을 아예 자릅니다. 정의에는 관심이 없다는 거죠. 소설 속의 동아리 SC는 정의의 영웅들을 꿈꾸는 아이들이 아닙니다. 물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상대로 문제 해결을 합니다. 함께 폭력을 사용하여 싸워 무찌르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서 이런 폭력 행위가 미움이나 증오심의 발로도 아니고, 비뚤어진 한풀이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의 구현의 발로는 더더욱 아니고요. 그저, 자신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에 이런 스트레스를 향한 대응일 뿐이라는 거죠.

 

다소 폭력적인 장면들이 과하다 싶을 때도 있고, 너무 자극적이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자극적이니만큼 재미날 수도 있고요. 통쾌하기도 하고요. 물론 통쾌함 이면에는 씁쓸함도 자리 잡게 됩니다. 마치 폭력 가득한 활극 영화를 보고난 뒤의 통쾌함과 씁쓸함의 감정이 말입니다.

 

여기에 학교폭력문제와 정의에 대해, 부모의 무관심과 파괴되는 가정공동체에 대해, 그리고 장애우에 대한 우리의 시선 등을 생각해보게도 합니다.

 

오자서는 최고 명문 외고 학생이었지만, 담임을 묵사발로 만들어 놓은 만행으로 똥통 학교로 강제 전학을 하게 됩니다. 오자서가 담임을 묵사발로 만든 데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중증 장애우로서 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통해, 진학을 쟁취한 장애학우를 향한 담임의 인격모독적인 발언들로 인해서입니다. 이런 모습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발했던 오자서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외치는 외침이 우릴 향한 외침으로 들려옵니다.

 

“너희는 왜 화내지 않는 거야? 왜 화내지 않느냐고! 화가 나지 않아? 왜 화를 안 내! 도대체 너희는 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다들 미친놈을 보듯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길이 억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침묵이 억울했다. 억울하고 서러웠다.

“왜 화를 안 내! 왜!”

나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혼자였다.(287-8쪽)

 

어쩌면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는 녀석들이 똑똑한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함께 화를 내지 않는 그 녀석들이야말로 이 사회를 똥통으로 만드는 녀석들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미래를 망쳐버렸지만, 화를 내야할 상황에서 화를 내는 오자서와 같은 녀석들이 있기에 그래도 똥통이 세상의 거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네요. 작가 역시 장애를 가진 분이기에 이 부분이 더욱 울컥하는 느낌으로 다가온 부분입니다.

 

SC는 이처럼 불의에 욱하는 오자서와 같은 녀석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곳에서 다소 바보 같은 모습으로 뭉치는 이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 함의 기쁨을 알아가게 되죠. 작가는 거창하게 정의 구현을 들먹거리지 않고, 다소 바보 같은 모습들이지만, 이런 이들이 함께 함으로 부정적인 모든 감정들까지 조롱할 수 있는 삶의 여유, 모든 스트레스 앞에 마침내 웃어 버릴 수 있는 여유를 SC란 동아리를 통해 꿈꾸고 있지 않나 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