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벼루 - 김정희와 허련의 그림 이야기 토토 역사 속의 만남
배유안 지음, 서영아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토토북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유안 작가의 『구멍 난 벼루』란 제목의 역사동화를 만났습니다. 이 동화는 추사 김정희와 소치 허련의 그림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진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운림산방이 아닐까 싶네요. 이곳이 바로 소치 허련이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후에 고향에 내려와 세운 화실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노인이 된 허련 영감이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나고, 또 한 아이를 만나면서 스승 김정희를 만나고 그에게서 사사하게 된 과정들을 추억하는 형식으로 동화는 진행됩니다.

 

진도 시골 섬마을 총각 허련은 자신의 그림 솜씨에 자신감을 갖고 추사 김정희를 찾아갑니다. 자신의 그림 솜씨와 배경(김정희와 막역한 사이인 초의선사와 친분이 있다는 것)으로 쉽게 김정희의 제자가 될 것이라 자신했던 겁니다. 하지만, 추사는 젊은 허련에게 무안을 줍니다. 견문이 좁은 시골 촌놈이란 식으로 말이죠. 그럼에도 그런 무안 이면에는 뭔가 허련을 배려하는 것들이 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추사와 소치의 관계가 시작되고, 소치는 추사에게서 끝내 많은 것들을 배우는 제자가 됩니다. 추사가 제주도로 유배를 갔을 때는 그 먼 곳을 3차례나 찾아가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스승의 적적함을 달래드리고, 자신에겐 배움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모습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러한 소치 허련과 추사 김정희의 관계가 아닐까 싶네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소치와 같은 제자를 둔 스승은 참 행복한 인생이란 생각도 하게 되고요. 유배지에서 적적할 스승을 찾아 목숨을 걸고 제주도로 찾아간 그 발걸음 하며. 마음을 주지 않는 것 같지만, 깊은 정으로 제자를 챙기는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 줍니다.

 

아울러, 그림의 대가가 되기 위한 추사와 소치의 노력, 그 열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인 『구멍 난 벼루』는 그림의 대가가 되기 위해선 수없이 먹을 갈고 그림으로 말미암아 벼루에 구멍을 낼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추사가 소치에게 하는 말을 들어봅니다.

 

뭐든 미친 듯이 하지 않고서는 큰 성취를 얻을 수 없네. ...

붓을 천 개쯤은 몽당하게 만들어 봐야 그림이 뭔가를 알게 될 걸세.(72쪽)

 

붓을 천 개쯤은 몽당하게 만들면서 그림을 그려야 그림이 뭔가를 비소로 어렴풋 알게 된다는 말. 벼루를 열 개 정도는 구멍을 낼 정도로 먹을 갈아야 한다는 것. 미친 것처럼 하지 않고서는 큰 성취를 얻을 수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겨보게 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이런 열정을 가지고 행할 수 있길 다짐하며 말입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모두 자신이 꿈꾸는 일을 위해 미친 듯이 행하는 축복이 있길 소망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