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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계단속반 형사 빅토르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아르센 뤼팽 전집 18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2월
평점 :
《아르센 뤼팽 전집》 18번째 책의 제목은 『사교계단속반 형사 빅토르』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뤼팽이 아니라 형사 빅토르란 인물이다. 뤼팽을 너무나도 잡고 싶어 하는 형사. 그런 빅토르 형사는 어느 날 극장에서 눈이 확 떠지는 미녀를 보고 접근하려 하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도둑이야’ 외침에 한 남자와 함께 범인을 쫓게 되면서 한 가지 사건에 얽혀들게 된다. 계속하여 새로운 범인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으로 말이다.
처음엔 동부 중앙은행 직원이면서 채권 90만 프랑을 훔친 알퐁스 도디그, 그리고 알퐁스에게서 노란 종이봉투에 담긴 채권을 훔친 타이피스트 에르넨스틴이란 여인, 또 다시 봉투를 훔쳐간 샤생 부인, 레스코 영감 등 이처럼 채권 봉투를 서로 훔치고 또 훔치면서 새로운 범인들로 사건은 이어진다.
게다가 그런 과정 가운데 레스코 영감이 살해당하고, 이에 혐의가 있는 사람으로 도트레 남작이 등장하게 된다. 여기에 남작의 정부 엘리즈 마송이 또 다시 목 졸려 살해당하게 된다. 도트레 남작 뿐 아니라, 그 집주인 귀스타브 제롬도 뭔가 꺼림칙하고, 여기에 제롬의 친구인 부동산업자 펠릭스 드발이란 자 역시 뭔가 의심스럽다. 이번 이야기는 사건 혐의자가 참 많이 등장한다. 이런 점이 이번 이야기의 두드러진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또 한 인물 뤼팽과 뤼팽의 연인 바실리예프 공주까지. 이 모든 인물들이 뒤섞여 있는 이야기를 빅토르 형사는 풀어나간다. 소설 속에서 사건 해결에 있어 빅토르 형사는 몰레옹 과장과 경쟁한다. 과연 누가 먼저 사건을 풀어 나가며 범인을 잡을 것인가를 살피는 것도 재미나다.
그런데, 이 인물 빅토르 형사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뤼팽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미인을 위해서 앞뒤 가리지 않는 모습. 하지만 사건에는 막무가내로 달려들기보다는 잠시 멈춰 쉼의 시간을 통해 사건을 처음부터 검토하고 새롭게 추론하며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모습이 뤼팽과 많이 닮았다. 게다가 이처럼 추론을 통해 사건 속에 감춰진 필연적 요소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우연적 요소를 중시하는 모습도 뤼팽을 닮았다. 뿐 아니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향까지도. 왠지 빅토르 형사에게서 뤼팽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는 뤼팽일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뤼팽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표출한다. 실제로 그를 잡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때론 뤼팽에게 뭔가 원한마저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분명 뤼팽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하면서도. 과연 빅토로 형사의 진짜 신분은 무엇일까? 분명 뤼팽의 모습이 떠오르는 캐릭터인데, 소설의 말미에서 실제로 빅토르는 뤼팽과 조우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결까지 하는데, 뤼팽일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이면에 담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는 소설을 읽어보자. 또 하나의 멋진 반전의 재미가 기다릴 테니.
어쩌면 이번 이야기가 뤼팽 시리즈 가운데는 가장 많은 등장인물들과 계속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로 인해 혼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치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그렇기에 이처럼 엉킨 실타래가 하나하나 풀려나가는 것을 살피는 재미가 있다. 역시 뤼팽 시리즈는 버릴 게 없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