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할진대 - 박영식 생활詩집
박영식 지음 / 시간여행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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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흥미로운 시집을 만났다. 박영식 시인의 『그러할진대』란 제목의 시집인데, 시집이라 하기에는 다소 담겨진 시의 분량이 많다. 오롯이 시만으로 269페이지를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시인의 시를 남들은 뚝딱시, 생활시, 알통시라고 부르곤 한단다. ‘뚝딱시’는 시 한편 창작하는데, 적어둔 메모를 바탕으로 30분 정도 몰입하여 뚝딱 시 한 편 써내기에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시 한편을 이렇게 뚝딱 써낼 수 있다니 참 부럽다.

 

‘생활시’라 불리는 건 일상생활에서 접하고 느낀 것을 편하게 토해내기 때문에 그렇단다. 그래서일까? 시인의 시집을 읽다보면, 시집을 읽는다기보다는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때론 일상의 삶에 대해 잔잔한 산문으로 적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일상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술자리에서 늘어놓거나 가까운 이에게 넋두리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갖게 한다. 때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끼적여놓은 낙서와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말이다.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시들을 통해 시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시인의 머릿속 그림을 그린다면, 단연 술, 사람, 대전팝스오케스트라 이 세 가지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남들은 재테크를 한다고 하는데, 시인은 인(人)테크, 술테크를 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간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시인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가 이 책에는 있다.

 

또한 ‘알통시’라고 불리는 이유는 이삼 일에 한 편의 시를 지어내는 튼튼한 알통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이 시집에는 많은 수의 시가 담겨 있지만, 시를 창작한 기간은 2년 정도에 불과하다. 정확하게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창작한 시들이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어느 경우엔 하루에 2편도 창작하였고, 매일 한 편씩 창작한 기간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꾸준하게 시를 지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인이 시를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꾸준하고 튼튼한 알통으로 창작한 시들을 1월부터 12월까지 연도를 떠나 날짜별로 소트시켜놓았다. 그렇기에 때로는 1년 간격의 같은 날짜에 창작한 시를 연달아 읽게 됨으로 시의 분위기를 통해, 시인의 삶이 1년 간격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어느 경우에는 일 년 전 시의 내용이 다소 허무한 느낌을 갖고 있었지만, 같은 날 일 년 후엔 상당히 천진난만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도 있다. 또 어느 경우에는 일 년 간격의 같은 날짜에 창작한 시의 내용이 기쁨과 행복이 동일하게 느껴져서 흐뭇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때론 일 년 전에도 일 년 후에도 여전히 일상의 쳇바퀴 그 지난하고 고단한 느낌이 묻어나기에 삶이 그렇구나 싶기도 하다. 시를 잉태해 낸 날짜가 적혀 있어 이렇게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시적 수준이 어떠한가를 떠나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난 시집을 만난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도 시인의 알통이 건강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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