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바 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6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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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16권은 하나의 장편과 하나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라바」란 제목의 장편과 「에메랄드 반지」란 제목의 단편. 「에메랄드 반지」는 올가 라는 여인이 반지를 잃어버리고 바르네트 탐정에게 도움을 요청함으로 뤼팽을 만났던 사건을 친지들에게 전해주는 짧은 이야기이다(여기에도 14권의 바르네트 탐정이야기가 언급된다.). 개인적으로 뒤쪽에 실린 짧은 이 이야기를 먼저 읽고, 앞의 「바리바」를 읽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앞의 이야기가 분량 면에서도 재미 면에서도 훨씬 강하기에. 뒤 이야기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니까.

 

「바라바」란 장편에서 뤼팽은 라울 다브낙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렇다고 라울이 뤼팽임을 감추는 분위기는 결코 아니다. 14권에서부터 이어지는 바르네트, 데느리스의 이름이 모두 언급되니까.

 

뿐 아니라, 이 라울은 여전히 탐정놀음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심지어 홈즈처럼 고객이 집에 찾아오기까지 한다(실제 뤼팽은 자신의 그런 모습을 셜록 홈즈에 비교하기도 한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에 등장하는 헐록 숌즈가 아닌 셜록 홈즈의 이름으로 언급됨도 이 이야기의 특징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16권에서 등장하는 형사 역시 베슈 반장이다. 심지어 이번 이야기에서의 베슈와 뤼팽의 관계는 마치 절친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도둑과 형사라는 신분은 이미 그들 사이에는 문제가 되지 않고, 도리어 우정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실제 이야기의 시작의 한 축은 베슈 반장이 새벽1시에 전화를 걸어 뤼팽을 불러내며 시작된다. 오랜 친구를 부르듯이 말이다. 베슈와 뤼팽은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희화적인 화법이 아닌 실제 친구로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심지어 둘의 모습은 때론 덤 앤 더머 콤비와 같은 모습도 종종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여전히 당하는 것은 베슈이지만.

 

그럼 잠깐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온 라울(뤼팽)은 자신의 집에 한 여인(카트린이란 여인)이 들어와 있음을 알고 놀란다. 여인은 베슈 반장을 통해 뤼팽에 대해 듣고, 자신이 처한 위험한 상황으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 것. 이 때, 베슈에게서 전화가 오고, 자신이 있는 곳으로 즉각 와 줄 것을 요청한다. 뤼팽은 오랜 친구 베슈가 있는 곳이자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한 여인 카트린의 집인 바리바 영지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 바리바 영지에서는 몇몇 불행한 사건들이 있었다. 카트린의 형부 게르생이 살해당하였을 뿐더러, 그 전에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영지 내에 있는 보셜 할멈의 아들의 죽음 등이 석연치 않다. 게다가 끊임없는 사건 사고가 계속되는데. 이러한 상황 가운데 뤼팽과 베슈 콤비(이번 이야기에서는 콤비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하겠다.)는 범인을 추적하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모든 사건의 배후에 커다란 모자를 쓴 신비로운 인물이 있음을 알게 되었지만, 이 인물은 그림자와 같은 미궁 속 인물이다. 아무리 뤼팽이 붙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마치 안개와 같은 존재. 과연 이 사람 모자 쓴 남자는 누구일까?

 

또한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단서는 영지 내에 있는 버드나무 세 그루의 위치가 아무도 몰래 옮겨져 있다는 것. 어느 순간 버드나무의 위치가 바뀌었다. 다들 모르겠다고 하지만, 영지에서 오랜 세월을 지냈던 카트린 만은 나무의 위치가 바뀌었음을 알고 더욱 불안해한다. 다리도 없는 나무가 걸어간 걸까? 그리고 누군가 이 나무들을 옮겼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야기에서는 세 그루의 버드나무가 왜 옮겨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모자 쓴 남자는 누구인지에 사건의 핵심이 담겨져 있다.

 

이번 16권 역시 뤼팽은 무력한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범인을 끊임없이 놓치고 뒷북이나 치는 모습, 그저 베슈 형사와 노닥거리기나 하는 모습, 베르트랑드와 카트린 자매 사이에서 방황하는 바람둥이 남성의 모습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추리와 직관’을 통해 사건의 중심으로 향하는 뤼팽의 모습을 후반부에서는 여실히 보여주니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이야기는 감춰진 옛 시대의 보물을 찾는다는 측면에서 3권 『기암성』, 8권 『황금 삼각형』과도 유사한 느낌을 갖게도 한다. 바리바 영지에 감춰진 비밀을 아는 순간 모두가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이번 이야기 「바리바」 역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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