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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든 동안 넌 뭐 할 거야? ㅣ 풀빛 그림 아이 55
마츠 벤블라드 글, 페르 구스타브슨 그림 / 풀빛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다른 것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앎이 실제 삶 속에서 포용으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곤 할 때가 있죠. 나와 사상이나 진영이 다른 사람과는 쉽게 적이 되기도 하고요. 그만큼 나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님에 분명해요. 그래서일까요? 서로 다름에도 친구가 된다는 모티브의 그림책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스웨덴 작가 마츠 벤블라드의 『내가 잠든 동안 넌 뭐 할 거야?』라는 그림책 역시 다름에도 친구가 되는 모습을 예쁘게 그려내고 있어요. 바로 산토끼와 고슴도치의 우정을 말입니다.
산토끼와 고슴도치가 처음 만난 장면은 서로의 다름을 잘 보여줘요. 어느 추운 겨울밤 숲 속을 걷고 있던 산토끼는 덤불 사이로 삐죽 나와 있는 동물의 몸을 발견해요. 바늘로 뒤덮인 동그란 몸에 자그만 발이 붙어 있는 동물이었죠. 바로 고슴도치에요. 산토끼는 고슴도치가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죽은 못생긴 동물이 덤불 사이에 던져졌다고 생각한 거예요. 마음씨 착한 산토끼는 이 동물의 장례식을 치러 줘야겠다고 생각하죠. 그리곤 죽은 고슴도치(사실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거죠.)를 끌고 가 무덤을 만들어주죠. 작은 돌들을 모아 그 위에 고슴도치 시신을 올려놓아요. 그리곤 죽은 이를 위해 노래를 부르죠. 눈물도 흘리고요.
그런데, 그 때 고슴도치가 깨어났어요. 산토끼는 패닉상태에 빠졌고요. 이렇게 둘의 만남은 무겁다면 무겁고, 우습다면 우스운 상황에서 만나게 됐어요. 그리곤 둘은 서로 다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절친이 되었고요.
동화 속의 두 동물들의 우정을 통해, 이 책은 서로 다른 두 친구들의 우정 이야기를 우리에게 말해요. 다름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갈 때,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죠.
아울러, 동화는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요. 누군가의 죽음에 정성껏 장례 준비를 하고 눈물을 흘리며 죽음의 노래를 부르며 애도하는 산토끼의 모습, 그 마음이 참 예쁘네요. 전혀 모르는 사이임에도, 누군가의 죽음 앞에 눈물 흘릴 수 있는 마음, 얼마나 예쁜 마음인가요.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능력 가운데 하나 아닐까요?
물론, 겨울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알지 못한 산토끼의 오해였지만 말이죠. 우리에게도 이처럼 나와 다른 모습, 다른 생각, 다른 환경에 있는 이들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아울러 누군가의 아픔에 함께 울 수 있는 따스한 가슴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