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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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일곱 살 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11쪽, 547쪽)

 

엘사는 7살이다. 그런 엘사에게도 슈퍼 히어로가 있다. 바로 할머니. 할머니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엘사를 위해 동물원에서 경찰에게 똥을 던지기도 한다. 언제나 엘사의 편이 되어 함께 화를 내주던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가 죽었다. 이제 엘사에겐 슈퍼 히어로가 없다. 그런 엘사에게 할머니가 남긴 편지가 한 통 전달된다. 엘사에게 남긴 편지가 아닌 누군가에게 전해달라며 엘사에게 전달된 편지. 그 편지 속엔 편지를 받는 사람을 향한 할머니의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엘사를 위해 뭔가를 해주길 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편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엘사에게 전달된다. 이 편지들을 전해주면서 엘사에게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 일은 다름 아닌 할머니가 살아생전 엘사에게 이야기 해주곤 하던 깰락말락 나라의 여섯 왕국 이야기(미아마스, 미레바스, 미플로리스, 미모바스, 미아우다카스, 미바탈로스 왕국)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현실 속에서 한 명 한 명 만나기 시작한다는 점(사실 이들 모두는 엘사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오베라는 남자』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이 우릴 찾아왔다. 엘사라는 7살 소녀와 할머니, 그리고 엘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소설은 현실 속의 이야기와 함께 할머니가 전해준 깰락말락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솔직히 소설 속으로의 몰입도는 전편에 비해 떨어지는 느낌이다. 깰락말락 나라의 이야기, 반복되는 내용, 느슨한 전개 등이 소설 속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 끝까지 읽어야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줄 선물, 그 감동을 온전히 독자는 받게 된다. 게다가 소설의 몰입을 방해하는 깰락말락 나라의 이야기 역시 세심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현실 속에서 만나게 되니까.

 

엘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은 모두 엘사네 할머니와 연관이 있다. 외과 의사로서 재난 지역에서의 구호활동에 전념했던 할머니에 의해 이런저런 모습으로 생명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과 그들과 연관된 가족들이다. 그렇기에 주민들 각자에게는 모두 서로 다른 아픔과 상처가 있다. 그 상처로 인해 마음이 닫힌 주민들. 하지만, 그런 그들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 할머니의 편지를 전하는 메신저인 엘사를 통해, 하나하나 마음을 열고 할머니가 건설하고 싶었던 깰락말락 나라의 7번째 왕국인 미파르도누스(용서한다는 뜻)를 만들어가게 된다.

 

미안하다는 말을 통해(할머니의 편지 내용을 통해), 그리고 과거의 상처와 다시 한 번 대면하는 과정을 통해(이것은 각자가 엘사와 만나 과거를 반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각자의 상처와 아픔, 견고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이젠 서로를 향한 용서와 화합을 이루는 공동체. 여기에 소설이 전하는 감동이 있다.

 

아울러 또 한편으로는 똑똑하고 특별하며, 한편으로는 재수 없는 7살 아이 엘사가 이젠 자신이 누군가의 슈퍼 히어로가 되어가는 모습으로 소설을 끝을 맺고 있음도 의미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슈퍼 히어로가 필요하다. 그 말을 바꿔 말하면, 우리 모두는 또한 누군가에게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다. 마음을 조금 열고 다가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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