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온 통조림 동화는 내 친구 83
사토 사토루 지음, 김정화 옮김, 오카모토 준 그림 / 논장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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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마트에 진열된 통조림 속에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이 통조림을 발견하고 통조림을 집으로 사오게 된다면? 이렇게 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통조림 속 외계인에게서 정말 신비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한 편씩 듣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지구보다 과학 기술이 3천년이나 더 앞서 있는 우주 생명체와의 만남이라면?

 

일본 동화작가 사토 사토루의 『우주에서 온 통조림』에서는 바로 이런 일들이 실제 벌어진다. 주인공 ‘나’는 이런 신비한 통조림을 마트에서 만나 집으로 사오게 되고,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채, 통조림 안에 있는 우주인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신비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동화는 바로 이렇게 듣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전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랜 세월 타임머신 발명에 매달리다 결국 성공하여 과거 여행을 떠나지만 작은 실수로 아이가 되어 버린 후지타 박사의 이야기. 머나먼 별에서 온 생물이 인형 속으로 들어가 살아 움직이게 된 개 인형 이야기. 작아지는 기계를 발명하여 도둑질을 하다 곤경에 처하게 된 도둑 이야기. 외계에서 온 수다쟁이 곰팡이들 이야기. 끝없이 이어지는 뾰족 모자 높은 탑 이야기. 통조림 속으로 구경을 가게 된 주인공 ‘나’의 이야기. 등이 책에서 펼쳐진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기발한 내용들, 그 무한한 상상력에 먼저 놀라게 된다. 아울러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것은 이렇게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창작한 그 시대는 1967년이었다는 점이다. 그 시대에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 사물을 작게 만드는 기계 이야기, 정보를 습득하고 증식하게 되는 높은 지능을 가진 곰팡이 등에 대한 접근은 단순한 상상력만이 아닌 과학을 이끌어가는 상상력의 힘을 엿보게 된다.

 

아울러 철학적인 내용들도 담고 있다. 주인공 ‘나’는 통조림 속에 들어가 그곳에서 외계인을 만나게 된다(어떻게 이 일이 가능한지는 묻지 말자.). 통조림 속에서 만나는 풍경에 대해 외계인은 이렇게 말한다.

 

너한테는 이곳이 넓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보일 테지. 그리고 나는 나이 먹은 인간의 모습으로 보일 거고. 그렇지? ... 그럼 된 거야. 통조림 속은 네 마음이야. 너는 이런 풍경을 가장 마음 편안하게 느낀다는 뜻이고.(100-1쪽)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풍경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하는 구절이다. 내 마음이 만들어 내고 있는 통조림 속은 세상은 어떤지 말이다. 서로가 위해주고 아껴주는 풍경, 모두가 함께 웃으며 어깨동무하고 나아가는 풍경, 거짓이 없이 진실만이 가득하고 그 진실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풍경, 나와 다름을 배척하기보다는 존중하고 인정하는 풍경, 나만 아는 모습들이 아닌 먼저 타인을 배려하는 풍경, 이런 풍경들이 우리가 만들어가는 통조림 속 풍경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미난 상상력과 함께 뭔가를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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