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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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로맨스 소설 『캐롤』은 한 마디로 파격적이다. 지금의 눈으로도 다소 파격적인데, 이 소설이 발표된 때가 1952년이라니, 얼마나 파격적이었을지 가히 짐작이 간다. 아마도 이런 파격적 내용 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가명으로 출간하였으니라.

 

이렇게 파격적인 소설 『캐롤』을 집어든 것은 소설을 원작으로 개봉된 동명의 영화 『캐롤』의 인기 때문은 아니다. 난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다.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작가의 이력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작가의 이력에 어긋난 소설의 내용에 대한 설명 때문이겠다(왜냐하면 난 아직 이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작가에 대해 잘 아는 것도, 개봉된 영화의 원작 소설이란 것 때문도 아닌데, 그럼 무슨 이유로 이 책을 선택했다는 건가? 그건 이 소설에 대한 설명이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 때문이다.

 

이 소설의 작가는 범죄심리소설의 대가라고 한다. 그런 범죄소설의 대가가 유일하게 쓴 로맨스 소설이 본 소설이라고 한다. 왜 자신의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관심 있는 분야를 벗어난 글을 써야만 했을까 하는 질문이 이 책을 향한 관심을 이끌었다. 또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란 부분도 관심이 갔다. 이 소설은 동성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커밍아웃, 자신의 애정관에 대해 세상을 향해 항변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가명으로 책을 출간하였다 할지라도 말이다.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지만 백화점 장난감 코너의 임시 직원이 되어버린 19살 테레즈는 하루하루 흥미 없는 일과를 보내던 어느 날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딸에게 줄 인형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유복한 부인 캐롤과의 운명적 만남이 그것이다. 이 만남은 둘을 하나로 점차 묶게 된다. 당시대로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가야만 하는 사랑의 끈으로 말이다.

 

사실, 테레즈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결혼하자고 언제나 조르는 반듯한 인상의 남자친구 리처드가. 게다가 몇 달 후 테레즈와 리처드는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테레즈는 결국 리처드가 아닌 캐롤과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리처드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열정과 설렘, 사랑의 뜨거운 감정을 캐롤에게서 느꼈기에. 또한 이혼을 앞두고 있는 캐롤 역시 자신의 이혼소송에 이로울 것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테레즈를 선택하게 되고.

 

이들의 사랑을 보편적 사랑과 다르다고 하여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랑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할 필요도 없다. 작가의 바람은 비록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동성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선택을 인정해 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폄하나 미화가 아닌 인정을 말이다. 소설 속에서 캐롤은 자신의 기질대로 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타락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자신의 기질,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랑함이 많은 사람들이 정죄하듯 타락은 아니라 작가는 항변한다. 비록 보편적 사랑이 아니라 할지라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동성애를 권장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 역시 아니다. 비록 실제 작가 역시 동성애자였음에도 이 선택, 이 사랑이 결코 아름다운 미래만 기다리는 것이 아닌, 가시밭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의 선택, 자신의 사랑에 당당하지만, 그럼에도 딸을 향한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캐롤의 이야기를 본다면 이를 알 수 있다.

 

여전히 파격적인 이 사랑, 돌을 던질 필요도, 그렇다고 미화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열렬하며 진실한 사랑을 거부할 필요도 없다.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 상대의 사랑을 존중하며. 그렇기에 작가는 소설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맺고 있을 것이다. 비록 주변의 시선이 달갑지 않고, 리처드가 반응하는 것처럼 더럽게 여긴다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을 가는 것이 해피엔딩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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