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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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판타지 영화들의 뿌리가 <북유럽 신화>에 있음을 알고 북유럽의 신화가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럴까 궁금하던 차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북유럽 신화』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란 사람으로 시인이자 역사학자로 신화나 민담같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관한 권위자라고 한다. 이 책은 1997년도에 처음 번역 출간된 책인데, 금번(2016년)에 2판으로 새롭게 찍은 책이다.

 

이 책의 장점으로 3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신화 이야기 자체를 읽기 쉽게 잘 풀어 써놓고 있다는 점. 둘째, 북유럽 신화에 관한 62장이나 되는 다양한 판본의 그림들을 모아 싣고 있다는 점. 셋째, 서론에서 상당히 긴 분량으로 북유럽의 자연적 환경부터 시작하여 북유럽의 우주관에 관하여, 다양한 신들에 대해, 이 책에서 사용하는 신화의 출전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북유럽 신화에 대한 개념정리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솔직히 조금 산만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화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도 하지만, 신화는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신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화란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기원과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이로운 일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극적인 이야기”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신화란 우리 인간의 다양한 실존의 문제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가 신화인 게다. 인간의 근원, 탄생, 삶, 죽음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문화권마다 그 처한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북유럽 신화는 북유럽 사람들, 즉 바이킹의 조상들이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찾아간 결과물일 게다.

 

『북유럽 신화』는 천지창조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평화의 시대를 거쳐 에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 사이의 전쟁인 신들의 전쟁 그리고 휴전, 신들과 거인들의 대립, 그리고 재미난 존재인 로키의 개입 등을 이야기한다. 특히, 최고신인 오딘의 아들 토르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아무래도 흥미를 끌게 된다(영화 <토르>의 바로 그 토르다. 망치의 신이며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신이며, 모든 신들 가운데 서열 두 번째인 신이자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신이다. 토르는 용사이자 농경신이다.). 특히, 거인족들(혼돈의 힘을 상징한다.)과 난쟁이(탐욕을 상징한다.)의 존재도 흥미롭고, 경계가 모호하고 허물어지는 이야기들도 흥미롭다(신들과 인간간의 사랑이 나오고, 난쟁이족과 신의 사랑이 존재하기도 한다.). 다양한 특별한 존재들의 사랑과 우정 역시 신화 이야기 속에서 큰 축을 차지하며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천지창조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얼음이 녹아 첫 생명체인 이미르라는 서리거인이 생성되고, 또 다른 얼음이 녹아 아우둠라라는 암소가 되고, 이 암소가 얼음덩이를 핥자 거기에서 부리라는 인간이 태어나고, 부리의 아들이 보르이며, 보르와 서리거인의 딸과의 결혼을 통해 얻은 게 바로 오딘, 빌리, 베 삼형제다(여기에서 최고 신 오딘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 오딘 삼형제와 서리거인족들과의 전투가 벌어져 원형 거인인 이미르를 죽이게 되고, 이미르의 시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원형의 존재를 죽여 그 시체로 세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바벨론 창조설화인 에누마 엘리쉬 역시 마찬가지다(만물의 母神인 티아맛은 그녀의 손자벌인 마르둑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마르둑은 티아맛의 시체를 쪼개 하늘을 만든다.). 이처럼 전투를 통해, 그리고 그 시체를 통해 세상을 만든다는 신화는 어쩌면 척박한 땅에서 타인과 전투를 해야만 하고, 타인의 죽음을 담보로 자신들의 삶을 이끌어나가야만 하는 북유럽 지방의 환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처럼 흥미로운 창조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신들의 전쟁, 신들의 우정과 사랑, 영웅적 이야기들 속으로 한번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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