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이 갑이다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6
김윤정 지음, 이지연 그림 / 도토리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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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동시조집을 만나 읽게 되었습니다. 『치킨이 갑이다』라는 재미난 제목의 동시조집입니다. 먼저, 왜 이런 제목일까를 생각해봤습니다. 어쩌면 이런 의도가 아닐까 싶어요. 시조라고 하면 아무래도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어른이 순수하고 맑은 동심으로 돌아가 쓴 시조인 동시조 역시 왠지 예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기에 가장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단어 ‘치킨’이 들어간 제목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게 되네요.

 

맞아요. 치킨이 갑이죠. 요즘은 치킨이 진리라는 말도 많이 하고요. 그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치킨이죠. 이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오롯이 보여주는 제목이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그러니 어쩌면 이런 제목을 통해 이 동시조 모음이 아이들의 마음 그 동심을 오롯이 담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고요.

 

시인의 동시조들을 감상하며 아무래도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시인은 어쩜 이렇게 동심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 그 맑은 눈을 잃지 않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요. 이런 동심의 눈을 가진 시인의 모습이 참 부럽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시인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있어요. 때론 직접 고추잠자리가 되어 보기도 하고, 맑은 눈으로 호숫가 풍경을 관찰하며 노래하기도 하죠. 첫눈을 빈 병에 가득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는 모습은 이거야 말로 아이의 눈이구나 싶더라고요.

 

살포시 앉더니 / 어느새 사라져요 //

입에 쏙 넣으니 / 사르르 녹아요 //

빈 병에 가득 담아서 / 김치냉장고에 넣었어요

<첫눈 김장> 전문

 

첫눈의 설렘, 그 첫눈이 녹아감에 대한 안타까움에 눈을 빈 병에 가득 담아 김치냉장고에 넣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깜짝 놀랄 일겠지만,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니 그 귀여운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네요.

 

청개구리 같은 장난꾸러기 아이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네요.

 

엄마는 나를 보고 / 청개구리 닮았대요 //

“문 열어라~” 꼭꼭 닫고 / “이리 오렴.” “흥!” 저리 가고 //

이히히 재미있어라 / 언제나 굴개굴개

<청개구리> 전문

 

맞아요. 어린 시절 이런 작은 반항(?)도 사실 놀이였죠. 괜스레 엄마의 말을 흉내 내며 따라 하기도 하고요. 어쩜 오늘 우리 아이들의 이런 작은 반항 안에도 이처럼 귀여운 동심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이처럼 동심의 노래를 하는 시인이지만, 마냥 그 동심이 어린 것만은 아니에요. 때론 의젓한 아이들의 마음도 노래하고 있어요. 엄마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하얀 거짓말을 하는 아이도 있고, 부부싸움 하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아이의 모습도 있네요.

 

엄마 새 옷 어떠니? / 연예인처럼 예뻐 //

불고기 맛있지? / 엄마 솜씨가 최고야 //

엄마를 웃게 만드는 / 나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 전문

 

이처럼 엄마 기분까지 챙겨주는 아이의 하얀 거짓말이 참 예쁘네요. 어쩜 이렇게 속이 깊을까요? 우리 아이들 마냥 어린 것만은 아니고 이처럼 그 속이 꽉 차 있단 생각도 하게 되네요.

 

오늘은 식탁 온도가 / 영하 이십 도다 //

퉁퉁 부은 엄마 얼굴 / 굳게 다문 아빠 입술 //

이럴 땐 공부하는 척 / 얌전히 있어야지

<부부 싸움> 전문

 

부모님의 불편한 공기를 감지하고 공부하는 척 얌전히 있어야만 하는 아이의 생존전략이 왠지 마음 아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이처럼 귀여운 생존전략을 펼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요. 물론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머릿속에 그 내용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겠지만요.

 

또한 시인은 아이들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있고,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참여가 가능함을 노래하고 있음도 눈에 띱니다.

 

글을 처음 배워서 / 이름만 쓸 줄 알아요 //

사진이 어색해서 / 늘 굳은 표정이에요 //

전쟁이 끝나고 나면 / 내 동생도 활짝 웃겠죠?

<아프리카에 사는 내 동생> 전문

 

전쟁으로 고통당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 이제 겨우 이름만 쓸 수 있는 아이들, 웃음을 잃은 아이들을 향한 공감과 돌아봄. 이것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겁니다. 아이들이 어쩌면 어른보다 더 따스한 마음을 품고 주변을 돌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아울러 이처럼 어려운 이들을 향한 바람직한 시선을 키워주는 것 역시 이런 동시조가 갖게 되는 또 하나의 역할도 되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이토록 예쁘고 아름다운 시인의 동시조들과의 만남, 앞으로도 계속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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