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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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 소설인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읽어봤다.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 하겠다. 죽은 영혼이 다시 잠시 돌아와 못다 한 일들을 해결하게 된다는 설정이니 말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49일 동안 머무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곳을 중유(中有)라고 하는데, 소설 속에서 주인공 쓰바키야마 과장은 어느 날 갑자기 죽어 이곳 중유에 도착하게 된다(사실 과도한 백화점 업무로 인한 과로사다.). 이곳에서 죽은 영혼들은 극락과 지옥행을 결정 받게 되는데, 극락에 가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죽은 자들에게 죄를 이야기하고 각기 해당되는 죄의 방에 들어가 교육을 받게 되는데, 그곳에서 자신들의 죄에 대해 잘못했다는 버튼을 누르면 쉽게 극락으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참 천국가기 쉽다^^).

 

하지만, 쉽게 잘못했다는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자신의 죄를 시인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현세에 대한 미련이 너무 많은 자들이다.

 

당신들은 정말로 현세에 미련이 없는가? 그렇게 간단한 인생이었나? 자기만 그렇게 극락으로 가 버리면 끝이란 말인가!(69쪽)

 

이런 자들은 심사를 거쳐 합당하다고 여겨지면 다시 현세로 돌아가게 되고, 주어진 시간동안 자신의 볼 일을 보게 된다. 이들이 지켜야 할 것은 단 세 가지. 제한시간엄수(죽은 지 7일 안에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복수 금지, 정체의 비밀 유지(이게 제일 어려운 항목이다.)가 그것.

 

죽는 순간까지 백화점 할인행사 실적을 걱정한 쓰바키야마 과장. 청부살인자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여 쏜 총에 죽은 야쿠샤 두목. 그리고 부모님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부잣집에 입양되었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소년. 이렇게 세 사람은 각자 현세에서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과연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사제이자 독일 대학의 교수인 신학자 게르하르트 로핑크는 죽음 이후의 심판이란 이 땅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었음에도 하지 못한 일을 떠오르게 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심판이라 말했다. 그만큼 이 땅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임에도 하지 못한 것은 죽어서도 한이 된다는 말일게다. 이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바로 이런 모티브에서 출발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땅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마치지 못한 한, 미련으로 인해 3명의 주인공들은 잘못했다는 버튼(극락, 천국행 티켓과 같은 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한다. 특히 현세에 남은 자들을 향한 걱정과 미련이 이들을 다시 현세로 돌아오게 한다.

 

그렇게 돌아온 이들이 만들어가는 좌충우돌 활약이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주어진 시간은 짧고 해결해야 할 것은 많다. 회사일, 집안일, 갚아야 할 대출금 문제, 게다가 자신이 범했다는 음행죄가 무엇인지 궁금한 쓰바키야마 과장. 자신을 착각하여 죽인 자는 누구이며, 누구 대신 자신이 죽게 된 것인지도 알아야 하며 남겨진 고붕들의 미래가 걱정되는 정의파 야쿠샤 두목. 아울러 자신을 버린 부모님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부모님들께 후회하지 말라고, 용서한다고 전해줘야만 하는 소년. 이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재미나고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이들의 히스토리는 서로 이리저리 엮여 있기도 하다. 마치 엉킨 실타래처럼. 이렇게 실타래처럼 엮인 그 사연들을 주인공들이 풀어나가는 과정을 통해, 독자는 때론 웃음 짓고, 때론 분하기도 하고, 때론 아쉬움의 한숨을 짓기도 하며, 때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도 된다.

 

소설 속에서 사자(死者)들은 다시 현세로 돌아옴으로 그전에 알지 못했던 감춰진 진실들을 직면하게 된다. 이 진실들은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도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후회스러운 내용들도 있다. 이렇게 감춰진 진실을 알아가는 장면들을 통해 과연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좋은 것인가도 생각해보게 한다. 물론 소설은 밝혀지는 감춰진 진실들을 알아감으로 궁극적 화해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작가는 비록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라 할지라도 그 원치 않는 진실도 뛰어넘을 것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참 재미 난 마치 종합선물과 같은 소설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인생인가. 자신은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몸이 가루가 되도록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믿어왔다. 그리고 말 그대로 몸이 가루가 되고 나서 겨우 깨달았다. 일을 핑계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들을 소홀히 했다는 사실을. 피와 살을 물려받은 아버지의 사랑을 모르고, 피와 살을 물려준 자식의 고통도 눈치 채지 못했다. 즉, 자신은 돈을 버는 기계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174쪽)

 

몸이 불편한 사람도, 나이가 많은 노인도, 또는 나이가 적은 어린아이도, 그들은 모두 사회적인 약자이긴 하지만 결코 인간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인간들 사이에 강약은 있어도 우열은 없단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돌봐주는 사람의 의사가 아니라 본인의 의사야. 내 말을 이해하겠니?(25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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