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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소설 무 1 - 신이 선택한 아이
문성실 지음 / 달빛정원 / 2016년 2월
평점 :
참 재미난 소설을 만났다. 『신비소설 무(巫)』란 소설인데, 2000년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출간되고 있는 소설이다(아마도 당시 완결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완결하나보다.). 그 첫 번째 책은 「신이 선택한 아이」란 제목으로 이 책의 주인공인 낙빈이 무당의 아들로 태어나 박수무당이 되어야만 하는 운명을 그려내고 있다.
낙빈이 살고 있는 시골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인 최 선생은 입학예정자 가운데 한 친구가 입학 후 한 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아 의아해 한다. 알고 보니, 이 아이는 무당의 아들이란다. 최 선생은 낙빈이 살고 있는 마을로 찾아가 낙빈의 엄마를 설득하여 낙빈을 학교에 다니게 하는데, 낙빈에게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무엇을 하든 낙빈이 속한 편이 게임에서 이기게 되는 것. 아이들은 이것이 낙빈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라 믿고, 낙빈과 항상 같은 편이 되길 원한다(아울러 낙빈을 향한 두려운 마음 역시 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이런 일로 인해 낙빈은 마을 사람들에 의해 배척된다. 낙빈이 4학년 형을 다치게 했다는 누명을 씌우며 말이다. 하지만, 이 일은 낙빈과는 무관한 일. 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낙빈을 향한 두려움은 도리어 낙빈을 공격하고 배척하며 상처를 주게 된다.
이렇게 낙빈은 상처뿐인 짧은 학창시절을 뒤로 한 채, 천신이란 분이 계신 암자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승덕, 정희, 정현 등의 형과 누나를 만나게 되어 함께 수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앞에 여러 사건들이 생김으로 이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은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첫 번째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다. 물론 때론 무섭고 오싹한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마치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과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무당의 아들로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 수 없고, 결국엔 신의 선택에 의해 그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운명의 낙빈.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하던 가운데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천신의 암자에 칩거하지만, 그럼에도 사건사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조사하는 승덕. 희생보살의 능력이 입혀져 아픈 사람들의 아픔, 상처, 고통을 대신 아파하며 상대를 치료해줄 수 있는 정희. 정희의 쌍둥이 남동생이자 무예 고수인 정현. 이렇게 네 사람이 함께 초자연적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설정의 소설이다.
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소설은 영적 존재들의 등장으로 우리가 알지 못할 세상, 그 미지의 영역에 대한 신비로움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뿐 아니라, 많은 사건 사고를 만들어 가는 영적 존재 특히 원령들의 경우 이 땅에서 너무나도 큰 억울함으로 인해 그 원망이 죽어서도 한을 품게 된다는 전개를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원망을 쌓아가는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행위인지도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많은 이들이 폄하하는 무당의 길이란 것이 결국엔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아픔을 감내해야만 하는 희생적 존재들임도 생각하게 한다.
물론 한을 품은 영을 안으로 불러들여 고통을 대신 껴안고 보듬어주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치러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낙빈 어머니는 그렇게 돕는 것이 무당의 일임을 잊지 않았다.(145쪽)
이는 사실, 오늘날 이 땅의 수많은 종교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내용일지도 모른다.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자신은 뼈를 깎는 고통도 감내할 각오. 이런 각오가 오늘 이 땅의 수많은 종교 안에서 살아가는 종교인들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낙빈과 승덕, 정희, 정현.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게 될지도 궁금할뿐더러, 이들은 또 어떤 사연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이들 앞에 놓이게 될 수많은 사건들, 그 위기를 어떻게 해쳐나가게 될지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