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 Dear 그림책
윤석남.한성옥 지음 / 사계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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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에 시집와 나이 마흔에 화가가 된 여인, 그 후 38년의 시간을 화가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여인 윤석남 씨의 그림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를 읽어봤다. 아니 감상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이 책에는 화가의 그림 32점이 실려져 있다. 그러니 화가의 그림 도록이라 말할 수 있는 책. 이러한 그림에 짧은 고백적 글들이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싶었다. 마치 화가의 딸이 화가의 그림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그림만 그린다며 타박하였다는 것처럼. 다시 책장을 펼쳐 그림 한 점 한 점을 살펴보는 가운데, 뭔가 화가가 그림을 통해 그리고 짧은 글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 느껴진다. 그건 바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려는 것 아닐까?

 

화가의 그림들은 실에 매달린 그림들이 많다. 이 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화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난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느낀 바는 우리네 인생이 마치 이처럼 실에 매달린 것과 같은 인생이라는 것. 한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처럼 여길지라도 여전히 뭔가에 매달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 내 삶의 지경이 넓은 듯 착각하며 살지만 결국엔 그네 위의 작은 공간과 같은 협소한 삶 위에서 아등거리는 삶. 이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화가는 말하고 있지 않을까?

 

개인의 삶은 없이 식구들을 위한 시간을 살아내야만 했던 우리네 엄마들. 화가 역시 그림이란 탈출구를 뒤늦게 찾아내어 꿈을 그려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실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인생. 누군가의 딸이자,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이기도 하며, 자신의 일을 꾸려나가는 인생을 화가는 그림에 담아내고 있다.

 

참, 책 제목이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이다. 누굴 가리키는 걸까? 가장 그리고 싶은 존재였던 어머니를 그리면서 나이 마흔에 화가가 되었다니, 일차적으로는 아마도 화가의 어머니를 의미하겠다. 그리고 이젠 화가 역시 딸에게 다정씨가 되어있을 테고. 오늘 이 책을 읽는 우리 역시 누군가의 다정씨이며, 누군가 다정씨가 계실 테고.

 

서평을 쓰려 책을 다시 펼치다 불현듯 어머니가 떠올라 전화를 넣어본다. 화상통화를 하며 손주들의 할머니~ 하는 소리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행복해 하는 어머니.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시는 어머니야말로 나에게는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가 아닐까.

 

여전히 우리네 삶은 힘겨울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달팽이처럼 느릿한 움직임이라도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다정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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