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규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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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잔잔한 소설을 만났다. 『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인데, 제목과는 다르게 소설의 전개는 대단히 잔잔하다(사실 처음 이 제목을 접하며, 뭔가 극적이거나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지만, 끝내 이런 내용은 만나지 못해 실망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편안한 책읽기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작가의 의도를 알고 책을 펼친다면 괜한 실망이 아닌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상당수 녹아들어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소설인데, 실제 회사를 퇴사하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작가의 첫 소설이다.

 

작가는 편안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정말 소설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분량마저 짧아 금세 읽혀지기도 하니 편안한 책읽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제목을 보면, 뭔가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등장할 것 같다. 뿐 아니라, 이들에게 뭔가 남들이 모를 아픔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백 번을 넘게 소개팅을 해도 자신의 짝을 만나지 못하는 아가씨의 고민과 눈물, 한숨. 여기에 일자리를 얻기 힘겨운 시대에 힘겹게 취직을 하지만, 자신의 꿈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그 힘겹게 들어간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만 하는 아가씨가 만들어 가는 그 방황과 꿈을 소설은 담담한 어투로 그려내고 있다. 담담한 어투, 잔잔한 분위기, 편안한 책읽기, 이런 내용이 아마 이 소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물론, 어떤 독자들에게는 단지 편안함을 넘어 너무나도 잔잔한 전개가 자칫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소설에는 분명 젊음의 고민과 눈물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그 고민을 품기에는 왠지 치열함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는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혀지는 소설이 되기 위해 자칫 독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들을 배제시키거나 약화시켜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지만, 편안함을 얻은 대신 독자의 몰입을 높여주는 그런 요소들은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영과 구월은 고교친구사이로 함께 동거하는 사이다. 우영은 네 차례 회사에서 퇴사한 전력이 있는 아가씨로 이제 막 자신의 꿈인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 다섯 번째 퇴사를 앞두고 있는 아가씨다. 우영과 함께 살고 있는 구월은 소개팅을 백 회 이상 한 아가씨로 미술을 전공했다. 미술에 대한 꿈이 있지만, 그 꿈을 이루려하기보다는 기간제 교사로 점차 눌러 앉아가는 아가씨. 참한 매력적인 아가씨여서 소개팅을 하면 언제나 남자들이 당장 프러포즈를 할 듯 안달복달하지만, 두어 달만 만나면 이상하게 남자들에게 차이고 마는 아가씨다.

 

소설은 이 둘이 만들어가는 잔잔한 일상들. 그녀들의 눈물과 아픔, 그리고 그녀들의 좌절과 꿈 등을 그려내고 있다. 과연 구월은 사랑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영은 힘겨운 직장 생활을 뒤로 하고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꼭지꼭지는 날짜와 함께 그날 먹게 된 음식이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어찌 보면, 소설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 그 일기를 엿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같게도 한다. 과연 극적 전개가 언제쯤 나올까 기다리지만, 끝내 잔잔함으로 끝을 맺게 되는 소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 이처럼 극적인 듯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맹맹한 나날이며, 수많은 고민과 갈등이 존재함에도 또 한편으로는 잔잔한 평안을 누릴 수도 있는 것임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고 있는 서른 즈음의 아가씨들의 파란만장한 일상의 스토리들이 잔잔한 분위기 가운데 전개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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