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우리 젊은 날 복각판 세트 - 전3권 - 응답하라1988 그 시집 - 1988년 전국 대학가 익명, 낙서, 서클 시 모음집 슬픈 우리 젊은 날 복각판
사회와 문학을 생각하는 모임 엮음 / 스타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참 반가운 책이 다시 나왔다. 『슬픈 우리 젊은 날 복각판』세트가 그것이다. 1988년에 1,2권, 1989년에 3권이 나온 이 시집은 낙서와 문학작품 사이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글들의 모음이다. 바로 대학가에 산재한 낙서들을 모아 시집으로 엮은 것. 이 시집이 기억난다. 당시 시집이 출간되었을 당시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시집이었기에 나 역시 읽었던 기억이 말이다.

 

이 시집은 요즘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의 힘을 빌려 다시 세상에 나왔다. 요 근래 인기리에 종영한 『응답하라』 시리즈 3번째 이야기인 『응답하라 1988』 속에서 이 시집이 등장하였음이 아마도 큰 힘이 되었겠다.

 

1988년은 독재정권에 맞서 펼쳐졌던 6월 항쟁과 이로 인한 시민과 학생들의 승리 그 여운이 가득하던 시절이다. 한쪽에서는 서울 올림픽의 뜨거움과 함께 또 한쪽에는 여전한 민주화 투쟁의 열기가 대단하던 시절. 나 역시 이 시기에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시집도 만났다. 이 시집은 당시 대학생들의 공감대를 건드렸기에 인기를 끌지 않았나 싶다.

 

1권은 서울에 소재한 대학가 주변의 카페나 술집, 동아리방의 낙서장이나 화장실에 적힌 낙서 등을 모아 놓았으며, 2권은 지방 소재 대학가에서, 그리고 3권은 다시 서울 소재 대학가 중에서도 주로 동아리의 낙서장 등에서 수집한 낙서들이다.

 

물론 몇몇 편은 문학적으로 시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들도 있지만, 사실 대다수는 낙서의 수준임에 분명하다. 당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끄적이던 그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런 시들이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던 이유는 문학적 수준 때문이 아니리라 여겨진다. 그것은 당시 젊은이들의 방황과 시대적 관심이 이 안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물론 2권의 경우 시대적 요구와 그에 대한 부응이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당시 지성인으로서(당시 대학생들에게는 시대의 깨어있는 지성인이라는 자각이 제법 있었다.) 대학생들이 품었던 꿈과 낭만, 그리고 좌절과 아픔 등이 그들이 끄적였던 글귀들 안에 오롯이 녹아 있다. 게다가 당시의 유머를 만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요즘 이런 유머는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식히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단골 메뉴였던 전두〇, 이순〇에 대한 유머도 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이 안에 담겨진 정서는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시, 낙서, 유머를 통해 당시 젊은이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시집들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은 그래도 역사의식을 가지고 시대적 아픔을 끌어안고 고민했던 당시 대다수 젊은이들의 고민은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 일자리의, 일자리에 의한, 일자리를 위한 고민에 비한다면 행복하고 보람 있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다. 시대적 아픔을 돌아보기엔 이미 여력이 없으며, 일자리를 얻기 위한 스펙을 쌓는 일이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지고 하고.

 

또한 그 시대를 젊음으로 살아갔던 분들에게는 옛 추억을 물씬 느끼게 하는 고마운 선물이 될 것이다. 이런 시집의 복각판에 눈이 번쩍 떠지는 것을 보면, 이젠 나도 조금씩 나이를 들고 있나보다. 여전히 새파랗다(머리가 하얗게 센 주제에^^)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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