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정명섭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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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 삼도에 얽힌 지난한 농지탈환운동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아~ 하의도란 곳이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만이 아닌, 이런 아픔과 눈물이 서려 있는 땅이구나. 어쩌면 이런 아픈 역사가 스며 있는 곳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김대중 대통령이 있을 수 있었겠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역시 작가는 다른 가 보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그저 생각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네들의 아픔, 그네들의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탄생시키니 말이다.

 

정명섭 작가의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은 이처럼 하의 삼도에서 살아가던 이들이 자신들의 땅을 되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의 삼도 사건은 선조의 딸 정명공주에게 하사된 땅에 얽힌 사건이다. 바로 정명공주와 결혼한 홍씨 가문의 탐욕과 폭력 그리고 만행. 이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섬사람들의 투쟁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작가는 여기에 더하여 당시 소송을 대행해준 사람들인 외지부(오늘날의 변호인)란 존재에 관심을 기울인다.

 

주찬학은 잘 나가던 외지부였지만 어느 한 사건을 담당한 후에 외지부 생활을 접고 마포나루의 선술집 중노미로 살아간다. 외지부로서의 꿈을 접은 채.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하의 삼도에서 올라온 세 사람이 찾아오게 되는데, 주찬학은 바로 이 일의 변호를 맡음으로 다시 외지부에 화려하게 복귀하길 꿈꾼다. 과연 다시 외지부로 복귀를 꿈꾸는 주찬학과 자신들의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하의 삼도 사람들의 소망은 이루어질까? 그리고 주찬학이 외지부의 세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 역시 하의삼도 송사와 관계있는데, 그 내막은 무엇일까?

 

이 소설 『조선병호사 왕실소송사건』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과연 이 사건이 어떤 결말을 낳게 될지 궁금함에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을 정도다(사실 하의삼도의 이 지난한 투쟁은 20세기 말까지 이어진다.). 그런 이면에는 조선시대 당시 가진 자들의 탐욕과 만행, 그리고 이런 가진 자들에게 항거하는 민중들의 몸부림이 있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뿌리 깊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상대로 아무것도 비빌 언덕이 없던 민중들이 소송을 걸고 승리한다는 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보잘 것 없는 몸부림이지만, 그로 인해 꿈쩍 않을 것 같던 바위가 금이 가고 흔들리게 됨을 독자들은 보게 되며, 또한 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게다가 배운 것 없는 민중들을 위해 이 일을 대신 해주는 외지부라는 존재의 매력 역시 빠질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재료들을 가지고 맛깔나게 잘 버무린 작가의 내공이 독자들을 조선시대의 한 사건으로 초대한다. 이 초대에 응하는 자들은 신나는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때론 울분을 터뜨리고, 때론 좌절하며, 또 때론 슬픔에 빠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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