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사나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1
김영욱 지음, 최성아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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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사나>라는 민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어도는 바다 속에 있는 작은 암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곳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이나 또는 국토의 영역의 범위로서의 의미, 그 지정학적 위치로서 중요한 것만이 아닙니다(물론 이런 중요성 때문에 우리 정부는 2003년에 종합해양과학기지를 그곳에 완공하였습니다.). 제주 도민들에게는 그 공간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전설의 섬이자 피안의 섬, 극락의 섬입니다. 제주 사람들은 물질을 하다 죽은 여인들은 이곳 이상향의 공간, 이어도에 가서 살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죽은 자들이 살아가는(?) 피안의 공간입니다. 오직 여성들만이 살아가는 여인의 나라로 여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이상향의 공간 이어도에 관한 동화가 나왔네요. 민요 제목 그대로 책 제목 역시 『이어도 사나』입니다.

 

제주 토박이인 동지는 엄마가 물질을 하다 돌아오지 않았던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동지의 아빠가 새장가를 들었네요. 이렇게 해서 동지에게는 새 엄마와 형이 생겼답니다. 대학생인 형 영등은 이어도 근처에서 해저 지질탐사를 하는 탐사 일원이기도 합니다. 그런 영등이 이어도 탐사를 갔다 풍랑에 휩쓸리려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자, 동지의 새엄마는 동지 대신 영등이 바다에 끌려갔다며 심방을 불러 굿판을 벌이고, 더 나아가 심방과 짜고 몰래 동지로 하여금 영등을 데려오도록 죽은 자의 장소로 보내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동지는 이어도에 가게 되며, 그곳에서 죽은 엄마도 만나게 되죠. 과연 동지는 형 영등을 다시 산 자들의 공간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요?

 

이 동화는 이상향의 공간인 이어도에서 벌어지는 마치 한 판 굿과 같은 동화입니다(실제 동화에는 굿이 등장하고, 굿이 역할을 감당하기도 합니다.). 굿에 대한 시시비비나, 굿의 효용성의 유무 관계를 떠나, 굿이 지향하는 바는 공동체의 화해와 회복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기에 이 동화 역시 결국 이상향의 공간인 이어도를 모티브로 하여 한 가정의 화해와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별과 죽음의 결과도 나오지만요.

 

결국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제주 역시 또 하나의 회복의 역사가 펼쳐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또한 <이어도>라는 실제 지정학적 공간을 붙들려는 의지와 노력을 동화 속에 투영함으로 오늘 우리의 삶의 공간이 다른 민족에게 침해당하고 있음에 대한 경계와 우리 땅을 보존하자는 촉구 역시 담겨져 있습니다.

 

다소 전개가 비약적이기도 한 이 동화는 한국적인 판타지 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얼마나 삶이 척박하고 고단하였으면 이상향의 공간에서나마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을 품었을까 싶은 생각에 이어도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애정이 생기게 하는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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