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잎
권순식 외 지음 / 한숲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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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잎』 분명 꽃이 더 아름답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일 텐데, 잎이 더 아름답다 말하니 눈길이 간다. 여섯 명이 공저자인 이 책은 수목원에서 근무하는 가드너들의 고민에서 출발한다(여섯 명 가운데 네 명이 춘천의 제이드 가든 수목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꽃이 만발한 시기에 수목원을 더 많이 찾게 마련일 게다. 꽃의 화려함과 그 향기에 취하기 위해. 하지만, 정확한 개화시기를 아는 것은 짝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는 것처럼 쉽지 않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렇기에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한 방문객들은 아쉬움을 안고 관람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겠고. 이에 언제라도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같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다면 이란 고민에서 이 책이 시작된다.

 

책은 말한다.

 

꽃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를 닮았다면 잎은 늘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을 닮았다. 꽃이 달콤하고 아찔한 향기를 풍긴다면 잎은 그들만의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꽃이 효율적이지만 지속적인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잎의 도움이 필요하다. 꽃의 화려함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잎의 은은함과 꾸준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8쪽)

 

잎이 주는 은은함과 꾸준함, 비록 불꽃놀이처럼 화려하지 않다할지라도 늘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을 닮은 잎이라니.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앞으로는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될 잎들이 예사롭지 않겠다. 물론, 그럼에도 난 여전히 꽃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이젠 꽃만이 아닌, 잎에 담겨진 아름다움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오늘 우리네 삶이란 게 꽃보다는 잎이 더 보편적인 삶일 게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평범하지 않은 식사, 평범하지 않은 나들이를 SNS에 올리고 허세 아닌 허세를 즐기게 될게다. 이게 잘못이란 말은 아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평범하지 않은 일탈적인 순간이기에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할 테니. 그럼에도 잎과 같은 시간들, 특별한 일이 없는 극히 평범한 나날들 안에서도 꽃보다 더 아름다운 매력을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잎들은 대체로 평범하지 않다. 다시 말해, 평범한 녹색이 아닌, 무늬나 색이 아름다운 잎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은은함을 이야기하였기에 진정 평범하고 흔한 잎들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꽃이 아닌 잎에서 꽃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업은 분명 멋지다. 이 책은 무늬나 색이 있는 잎들에 대한 식물도감과 같은 책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곁에 두고 볼 가치가 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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