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그램 여신
한동오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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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오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홀로그램 여신』은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된다. 주된 이야기는 서기 2025년 인천에서 탐정사무소(아님 흥신소)를 운영하는 태하와 대웅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태하는 차수연이란 여인에게서 가출한 딸을 찾아줄 것을 의뢰받는다. 수연의 딸 한나를 찾아가는 가운데, 태하는 한나의 유일한 친구인 주미가 투신자살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또 대웅에게 개를 찾아 달라 의뢰했던 외국인에게 개를 돌려주러 갔다가 외국인이 자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가출소녀 한나를 찾게 되는데,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뒷목에 연꽃무늬가 있다는 점. 한나는 진짜 세상에 남겠다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거부하는데, 과연 연꽃무늬는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그리고 한나가 말하는 진짜 세상은 또 어디일까?

 

이처럼 태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소설의 주를 이룬다. 아울러 이 이야기와 함께 서기 2505년 인천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는 결혼식 날 사고로 아내를 잃고 정신을 잃은 것을 기억하는데, 400여년 후의 세상으로 가게 된 것. 그곳에서 ‘나’는 이미 암으로 죽은 아빠를 만나게 되고, 아빠의 도움을 받는데, 이 세상은 이미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사라진 세상이란다. 그리고 그 세상 역시 종말을 맞을 운명이라는데,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나’는 누구일까?

 

『홀로그램 여신』은 SF소설이며, 또한 하드보일드 소설이다. 태하가 진짜 찾는 건, 바로 잃어버린 아내다. 그리고 아내를 찾는 과정 가운데 그가 접한 모든 사건들(가출소녀 한나, 차수연, 개를 의뢰한 외국인, 대웅이 가게 되는 병원, 전철에서 만난 중국인 등)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이렇게 엮여 있는 사건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며 신나는 액션영화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또 한 이야기 ‘나’의 이야기는 환상적일뿐만 아니라,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오리무중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처음엔 이 이야기가 태하 이야기의 맥을 자꾸 끊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 오리무중에 빠지게 만드는 환상적인 내용이 있어야 하는 이유 내지 이 부분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그 의미를 잘 설명해 주는 구절이 있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환상이기도 하고, 동시에 누군가를 상상해내기도 해요. 엘리베이터 양쪽에 붙은 거울처럼, 끝없이 서로를 비춰대는 거죠. 그런 지속성이 존재 자체를 만들어내고, 결국 실체와 환상은 동등해지는 거예요.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엄연히 존재하는 거죠. 우리가, 예를 들어 단지 어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이라 할지라도 우린 존재하는 거예요. 누군가가 거울에 자길 비춰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생겨난 허상일지라도. 우리 삶이 실제로는 찰나에 불과한, 누군가의 스쳐 가는 상상이라 할지라도. 우린 엄연히 존재하는 거죠. 여기 있는 모든 건 허상이면서도 실체고, 실체면서도 허상이에요. 모든 사람의 인연이 그 난반사에 얽혀 있고, 그 신비는 헤아릴 수가 없어요.(338쪽)

 

이처럼 소설은 환상과 실재, 허상과 실상, 가상과 현실의 모호함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실제 소설 전반부에서는 두 개의 이야기가 꿈이나 안개 등으로 옮겨지지만, 나중에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른 차원의 존재가 관찰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또 하나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거대기업의 탐욕과 음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고객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우리 상품을 사게 만드는 것. 우리가 계획한 대로의 삶을 살게 만드는 거. 그러니까 우리가 가진 진짜 마약은요, 바로 이미지입니다. 자본주의의 이미지. ... 우린 이미 오래전부터 훨씬 더 거대하고 견고한 가상현실 속에 고객들을 가둬놨단 말입니다. 우리가 중독시킨 고객들은 우리가 만든 이미지 안에 갇혀서 평생 그 이미지만 소비하며 살다가, 아이를 낳으면 역시 우리가 만들어낸 이미지대로 교육을 시키겠죠. 그럼 그 아이도 우리가 계획한 대로 이미지에 갇혀 살며 이미지를 소비하고 ... (303쪽)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오늘 우린 이처럼 거대기업의 계획 아래 이미 취해있지 않은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가상 이미지를 현실인양 살아가고 있다면, 우린 이미 현실에 살고 있음에도 가상 속에 갇혀버린 인생이 아닐까?

 

이 소설 『홀로그램 여신』은 때론 탐정소설을 보는 듯 하고, 때론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하며, 또 때론 판타지 SF 물을 보는 것 같으며, 또한 때론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같고, 또 때론 아내를 찾아 헤매는 남편의 순애보를 보는 것도 같은 참 다양한 느낌을 갖고 있는 소설이며,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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