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산성과 보련산성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2
강무아 지음, 김희남 그림 / 파란하늘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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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사이인 보련과 장미는 여느 아이들보다 힘이 센 아이들이랍니다. 그래서 이들 가운데 하나가 대장군이 될 운명이라 예언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장군은 하나래요. 결코 둘이 될 수 없대요. 그래서 둘은 경쟁해야만 합니다. 뭔가 시합을 해서 이긴 아이는 대장군이 되어 나라(마을)를 구할 운명이 되겠지만, 진 아이는 그 부하가 된대요. 두 아이는 이렇게 알고 있지만, 진짜로는 진 아이는 나라를 홍수라는 재앙으로부터 건져낼 제물이 되어 죽어야만 한 대요. 과연 둘은 어떤 시합을 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 동화 『장미산성과 보련산성』은 충북 충주에 있는 장미산성과 보련산성에 얽힌 전설을 동화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전설이란 말 그대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죠. 하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민중에게 이어져 내려온 이야기에는 그 당시 민중이 처한 삶이라는 현실이 담겨져 있을 테고, 또한 그네들을 지배하는 당시대의 정서도 담겨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그런 현실 속에서 바라는 그네들의 희망과 소망이 담겨 있지 않을까요?

 

따라서 장미산성과 보련산성에 얽힌 전설을 살펴보게 된다면, 당시(삼국시대) 충주지방의 정서 또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과 희망을 읽어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것들을 작가는 전설동화 속에 잘 녹여냈고 말이죠.

 

이 책을 통해, 작가가 가장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남아선호사상과 그로 인한 차별에 대해서입니다(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것을 강조하고 있죠.). 보련은 장미의 누나이자 힘도 더 세고 더 호전적입니다. 반면 장미는 물론 다른 아이들에 비해 힘이 센 장군감이긴 하지만, 누나보다 더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감성적이죠(둘이 경쟁으로 성을 쌓으러 갈 때, 누나는 어떤 풍광도 눈여겨보지 않지만, 장미는 자연풍광을 감상하며 산으로 가죠.). 그러니 객관적인 판단으로는 보련이 더 대장군감으로 맞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엄마는 어차피 한 명을 희생해야만 한다면, 딸인 보련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들을 더욱 챙기죠. 마지막 순간까지요. 마을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차별이 많이 사라졌죠. 아니 어쩌면 역차별을 염려해야 할 지경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그 사람의 자질과 인격, 그 사람의 됨됨이로 판단하기보다는 단순히 남성인지 여성인지로 판단하는 차별은 사라져야겠죠.

 

이 동화는 하지만, 남아선호사상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그러한 질문들 가운데 하나는 있지도 않을 재앙을 미리 설정해놓고, 그 재앙을 벗어나기 위해선 희생제물이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희생제물(여기에서는 인신제사죠.)이 갖는 사회적 의의는 그 공동체의 안녕입니다. 하지만, 안녕을 얻기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목숨을 희생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희생해야만 한다는 사고가 당시에 만연해 있음을 이 전설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신제사의 사상이 과연 옛 시절에만 존재했을까요? 오늘도 나의 번영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한다는 생각과 삶의 태도가 그 옛날의 인신제사와 무슨 차이가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또 하나 경쟁이 없을 순 없겠죠. 하지만, 장군이 둘일 수는 없다는 생각 역시 안타깝네요. 작가는 이런 당시 사고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답니다. 경쟁보다 협력이 가득한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쩌면 이런 전설이 내려오고 있음 자체가 당시 민중들은 누군가를 희생하는 경쟁보다는 함께 협력함을 바랐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아무튼 이처럼 지역사회에 내려오는 전설을 이야기로 다시 탄생시킨 책이기에, 읽은 후엔 그 지역에 대한 관심이 가게 됨도 이 책이 갖는 힘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이 책에는 뒤편에 이 전설이 얽힌 문화유산 뿐 아니라, 그 주변의 가볼만한 유적지에 대한 소개도 함께 하고 있어 좋네요(시리즈의 첫 번째 책 『무학대사와 빠가사리 똥』에서는 이 부분의 사진이 없어 아쉬웠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보안하여 사진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더 좋네요.).

 

이 책 『장미산성과 보련산성』, 우리 선조들의 전설에 대해 들려주는 참 좋은 책이랍니다. 파란하늘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파란하늘 전설 시리즈> 두 번째 책인데, 다음 책은 또 어떤 전설을 우리에게 들려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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