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
유미성 지음, 애드리안 윤 그림, 김수영 시집OST / 다연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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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오랜 시간동안 웨딩 사업을 하고 있는 유미성 시인이 시집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를 내어놓는 이유를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더 이상 시가 읽히지 않고 결혼식에서 결혼 축시를 낭송하지 않는 문화에 대한 아쉬움”때문이라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주변에서 시집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낭만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님, 스마트폰이라는 절대강자의 위용 앞에 시집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서일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원인을 진단할 능력이 나에겐 없으니 넘어가자.

 

그럼에도,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들이 찾고, 사람들의 손에 들려질 시집, 좋은 시란 과연 무엇일까? 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시인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시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극한의 함축성, 난해성을 시인의 특권이라 여기는 시들이 간혼 있다. 아니, 여기에 더하여 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함축적 단어들을 나열하며 시인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것처럼 느껴지는 시들이 있다. 이런 시들은 솔직히 공감하지 못하고 그리 달갑지도 않다(물론, 이는 독자인 나의 극히 무능한 시 읽기의 능력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시가 너무 추상적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상적이라기보다는 독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가독성이 좋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시대적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힘이 시어에 담겨 있다면 좋겠다. 때론 인생에 대한 통찰력이 녹아 있다면 좋겠고. 물론, 독자들을 공감으로 이끌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시집 『사랑은 피지 않고 시들지 않는다』은 어떤가? 이 시집은 시대적 아픔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현실체험의 장,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뿐더러, 사랑에 대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시로 가득하다.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여느 시인들처럼 인생을 꿰뚫어볼 통찰력도 없었고, 세상에 저항을 할 용기도 없었다. 그저 내가 경험했던 사랑을 주제로 세상의 모든 연인이 공감할 수 있는 유치하지 않은 사랑시를 쓰는 게 내 꿈이던 시절이었다. (4쪽)

 

그렇다. 시인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들을 이 시집은 담고 있다. 때론 이별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때론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 시들이 때론 뭉클하고, 때론 달콤하고, 때론 쌉쌀하기도 하며, 때론 애틋하기도 하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던지 대다수의 시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좋아요 ♡ 한 표 꾹~ 눌러야 할 것 같은.

 

더욱 놀라운 것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랑 시들이 시인의 시라는 말에 그의 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느 페이지나 펼쳐 시를 묵상하다보면, 독자들은 금세 시인의 고백이 나의 고백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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