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기 싫은 날
홍화정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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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무겁고 심각한 내용의 책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칠 수 있는 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럴 때, 가장 적합한 책 가운데 하나가 그림 에세이집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작년 한 해 동안 그림 에세이집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었고, 나 역시 제법 많이 읽었다. 여기 작년에 읽은 또 한 권의 그림 에세이집이 있다. 홍화정 작가의 『혼자 있기 싫은 날』이란 책이다.

 

홍화정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어느 날 제주도로 떠나 그곳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전히 이처럼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아가씨라 한다. 아마 있는 곳이 애월 어디쯤인가 보다.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말을 듣고 싶은 로망을 가진 아가씨. 하지만, 혼자 있으면서도 여전히 SNS를 들여다보게 되는 아가씨란다. 이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닐까? 우리 모두는 때론 혼자이고 싶어 하지만, 정작 혼자된다면, 그 혼자됨의 외로움에 힘겨워하게 되니 말이다.

 

작가는 때론 깊은 곳에 슬픔을 묻어둔 채, 그런 슬픔 따위는 없다는 듯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때론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바르게 가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젊음의 불안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도 담담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작가는 되고 싶고 하고 싶은 모습의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함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린 때론 나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며 보다 긍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누군가 남의 모습을 내 안에 투영하며, 그 허상만을 쫓아간다면, 자칫 나라는 실상은 간데없이 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글이 있다.

 

<간절히 원하는 것>

주변의 모습에 흔들림 없이 내가 가진 것을 내가 가진 대로

나의 단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나만의 방식대로 더 나은 나를 고민하는 것.

그러니까, 내가 요즘 간절히 원하는 건

나는 그저 나로서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많은 그림 에세이집을 보면, 작가들은 뭔가 유익한 글, 뭔가 독자들의 공감을 강요(?)할만한 글을 찾아내 소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될 때가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홍화정 작가는 그렇지 않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감정을 적어나간다. 어쩌면, 삶을 향한 통찰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솔직한 표현이 젊은이답다. 아울러,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고백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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