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품은 집 문학의 즐거움 53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조경희 작가의 창작동화 『바람을 품은 집』은 합천 해인사에 있는 장경판전을 그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동화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팔만대장경은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죠. 그렇기에 국보 제32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팔만대장경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니라,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집 역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랍니다. 지금도 그곳에서 옛 보관방식 그대로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 우리의 과학수준으로도 더 나은 방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건축물이란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이 장경판전은 국보 제5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뿐 아니라 이런 가치가 인정받아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렇게 자랑스러운 건축물을 만든 우리의 조상들이 정말 자랑스럽네요.

 

창작동화인 『바람을 품은 집』은 이처럼 자랑스러운 장경판전 건물을 지은 선조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니 단순히 건물을 지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그 건물 안에 담겨진 ‘바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선조들이 이 건축물을 지으면서 아마도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버틸 수 있게 해 준 희망의 ‘바람’을 이 건물에 담아냈을 것이라 작가는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생각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화네 아빠는 매품을 팔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소화 부녀의 삶이 얼마나 힘겨운 삶일지 알 수 있네요. 매품이란 양반들이 죄를 짓고, 그에 상응한 벌로 맞아야 할 매를 대신 맞는 겁니다. 남이 맞아야 할 매를 대신 맞고 그 대가를 받아 생활해야 하는 소화네 가정의 삶이 얼마나 힘겨울지 짐작이 되네요.

 

소화네 아빠는 원래는 목수였대요. 하지만, 소화를 놔두고 오랜 시간 집을 비울 수 없어, 목수생활을 포기하고 매품팔이를 해서 소화를 키우고 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소화네 아빠는 너무 과한 매타작에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홀로 남겨진 소화는 못된 뱀골 영감에게 집도 빼앗기게 되고요. 이 불쌍한 소화가 기댈 사람은 아빠의 오랜 친구이자, 아빠 다음으로 소화를 아껴주곤 하던 대목장 아저씨 부부 뿐이랍니다.

 

이제 홀로 남겨진 소화는 대목장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목수 일을 배우고자 합니다. 하지만, 대목장 아저씨는 댕기머리를 한 여자아이는 목수 일처럼 험한 일은 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에 소화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아이의 옷을 입고는 아저씨를 따라가 집을 짓는 일을 돕게 됩니다. 바로 이 일이 해인사의 장경판전을 짓는 일이고요. 과연, 장경판전을 짓는 일에 소화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장경판전을 짓는데 어떤 일들이 그들 앞에 펼쳐질까요?

 

이야기 속의 소화는 철저한 사회적 약자입니다. 고아인데다 사회적 제한이 많은 여자아이입니다. 게다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아이죠. 뱀골 영감의 농간에 아버지가 남겨준 단 하나의 유산인 집조차 빼앗겼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소화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집을 짓는 일입니다. 이 일은 아버지가 못 다 이룬 꿈이기도 하고요. 소화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당시대상으로 여자아이가 할 수 없는 일임에도 소화는 그러한 금기를 향해 과감하게 부딪히는 멋진 아이네요. 게다가 아주 못된 뱀골 영감에게 맞서 아버지의 집을 되찾는 용감한 아이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이 책 『바람을 품은 집』의 주인공 소화는 살아가기 힘겨운 사회적 약자의 신분임에도 힘겨운 세상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삶을 세워나가는 것, 그 희망이야말로 ‘바람을 품은 집’에 담겨진 ‘바람’이겠네요. 대목장 아저씨와 수많은 아저씨들, 그리고 소화가 만들어가는 장경판전, ‘바람을 품은 집’은 단순히 바람골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지나가는 집, 그 불어오는 바람을 품은 집이란 의미만이 아닌, 이처럼 힘겨운 삶을 다시 세우기를 바라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의 ‘바람’을 품고 있는 집임을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맞아요. 장경판전이 단지 불어오는 ‘바람’만을 품고 있진 않죠. 장경판전이 지어진 목적은 팔만대장경을 품기 위해서잖아요. 이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진 목적이야말로 당시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민중들의 보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이니 장경판전은 바로 이러한 민중의 ‘바람’을 품고 있는 집임에 분명하네요. 그렇습니다. 장경판전, ‘바람을 품은 집’에는 민중들의 힘겨운 삶을 벗어나길 바라는 ‘바람’, 그들의 희망이 담겨져 있답니다. 아울러, 이 동화 『바람을 품은 집』 역시 마찬가지고요. 이 동화를 통해, 작가는 선조들의 그 ‘바람’이 오늘 우리들의 ‘바람’이 되길 바라는 거겠죠. 오늘 자라나는 아이들 역시 자신들의 삶을 세우려는 ‘바람’을 품는 인생들이 되길 말입니다. 이 동화를 통해 수많은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바람’이 불어올 수 있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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