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따카니 - 삐딱하게 바로 보는 현실 공감 에세이
서정욱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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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세상을 바르게 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삐딱한 세상을 바르게 바라본다면 여전히 삐딱할 뿐이다. 삐딱한 세상을 바르게 보기 위해선 보는 사람의 시선 역시 삐딱해져야 한다. 만약 삐딱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 사람은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세상이 삐딱한 줄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 불과할 따름이다.

 

여기 삐딱한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며, 세상을 풍자하는 그림에세이가 있다. 이 책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삐따카니』는 도리어 세상을 바로 보는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삐따카니』의 저자 서정욱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그 안타까운 현실들을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나 이야기와 그 모티브를 연관시켜 풀어나간다. 풍자를 가득 담고서.

 

예를 든다면 이렇다.

 

<걸리버 여행기>는 하루에 거인국과 소인국을 왔다 갔다 하는 가장의 쓸쓸함을 풍자한다. 가정에서는 식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어떻게든 가정의 버팀목이 되어야만 하는 소인국 속의 거인 걸리버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자꾸 작아져만 가는 거인국 속의 작은 걸리버에 불과하다. 직장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을 위해서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하는 가장의 아픔을 그대로 전해준다.

 

새롭게 바라보는 현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다. 같은 반에, 축구를 좋아하는 것도 같아 서로 잘 어울리며 함께 있으면 너무 재미있는 친구 사이가 있다. 둘은 같은 동네에 살기에 더욱 좋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금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다른 친구와는 놀지 말라고 한다. 왜? 이 친구는 고급 아파트단지에 살지만, 또 다른 친구는 허름한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아파트 단지는 같은 동네,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삐딱한 세상 역시 이러한 건너지 못할 수많은 강들이 존재한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에 살지만, 엄연히 다른 세상. 결코 건널 수 없는 강. 누가 이 강을 만들었나?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자들, 남들보다 더 힘이 있는 자들은 이 건너지 못할 강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 좋은 것 누리며 산다고 즐거워한다.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 오늘 우리 사회에 이 건너지 못할 강이 존재하지 않다 말할 수 있나? 그렇기에 우린 때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봐야 한다.

짧은 글귀, 그림 가득한 페이지. 그렇기에 이 책은 술술 넘기며 책 한 권을 뚝딱 읽을 수 있는 ‘스낵 컬처 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쩌면 깊은 맛은 조금 부족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삐딱한 세상을 삐딱하게 바로 보는 저자의 눈은 참 정확하다. 대부분의 글들을 읽으며, 독자는 ‘맞아! 그렇지!’ 추임새를 넣을 만한 그런 공감 에세이다. 단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렇게 삐딱함이 가득한 세상임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모두 삐딱하지 않게 바라봐도 바로 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세상을 꿈꾸며,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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