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눈물 (한영일 대역 시집) 포엠포엠 시인선 11
권순자 지음 / 포엠포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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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시대적 아픔에 관심을 갖는 시가 좋다. 평소 시인은 문학의 힘으로 시대적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 권순자 시인의 시집 『천개의 눈물』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커다란 시대적 아픔을 어루만지는 문학의 위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꽃다운 나이에 공장이나 간호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회유, 가족의 안녕을 담보로 한 협박, 납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끌려가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함 가운데 처함으로 타의에 의해 지옥을 맛봐야만 했던 우리네 할머니들. 여전히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하고 한 맺힌 가슴을 부여안고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성노예 할머니들. 바로 그분들의 아픔, 한, 한숨과 눈물을 어루만지는 시가 바로 『천개의 눈물』이다.

 

이러한 시대적 아픔을 어루만지는 시이기에 추상적이지 않다는 점도 좋다. 시인만의 세계에 시어들이 갇혀 있지 않다는 말이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있기에 시인의 시어들이 쏙쏙 들어와 할머니들의 아픔, 맺힌 한, 흘렸을 눈물들이 오롯이 독자의 것이 된다.

 

또 하나 이 시집의 특징은 한․영․일 대역 시집이라는 점이다. 모든 시가 한글, 영어, 일어로 성노예 할머니들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어로 시를 번역하고 있음이 의미 있다 여겨진다. 많은 일본인들이 이 시를 읽고 자국의 부끄러운 과거를 뉘우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성노예 할머니들의 억울하고 한 맺힌 한숨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자신들의 만행을 감추고 포장하려 하는 그네들이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님을 안다. 언젠가 독립기념관에서 일본 고등학생들이 관람을 마치고 나오며 눈물을 흘리며 울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사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선조들의 잘못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선조들의 잘못을 반성하며, 그 만행의 끔찍함에 눈물 흘리던 여고생들. 그녀들이 흘렸던 눈물과 같은 의미의 눈물이 이 시집을 통해, 흘러내릴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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