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1932
이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시간 여행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동경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시간 여행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에 우린 빠져들곤 한다. 여기 그런 이야기가 있다. 이하 작가의 『타임슬립 1932』가 그것이다.

 

청소년소설이기도 한 장편소설 『타임슬립 1932』는 한 청소년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율이란 친구가 그 주인공인데, 율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비디오가게 사장이다. 재래시장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허름한 비디오가게의 사장이자 종업원. 또한 율에겐 또 하나의 신분이 있는데, 그건 엑스트라 배우라는 것. 불러만 주면 언제든지 달려가 엑스트라 역을 감당하곤 한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신분이 있으니, 그건 바로 시간여행자라는 것이다.

 

물론, 율도 자신이 어떻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작가도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율은 오래된 사물을 만지게 되면, 그 사물의 시대적 상황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 뿐 아니라, 그런 과거 여행을 통해, 미래의 역사를 바꾸어버리기도 한다.

 

엑스트라 촬영을 하며 들고 있던 검이 조선시대 진품이어서 임진왜란 당시로 시간 여행을 하여, 일본 적장을 공격하지만, 적진 가운데서 배 멀미로 인해 구토를 하고 현재로 돌아오게 되는데, 역사가 바뀌어 있다. 이순신장군 동상이 서 있던 자리에는 어느 이름 모를 ‘민중의 구토’상이 서 있다. 바로 자신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이로 인해 작가는 역사의 영웅들뿐 아니라,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이름 모를 민중을 역사의 주역으로 만들게 된다. 작가가 탈식민주의 비평의 관점으로 소설을 끌어나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밖에도 전태일 열사의 분신 당시로 시간여행을 하여 분신하는 전태일 열사 곁에 서 있던 또 한 사람 투사가 되어 전태일 열사를 구해냄으로 전태일 열사를 살려내, 현재의 시간까지 노동자들의 친근한 삼촌, 형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게 한다. 그러니, 전태일 열사라는 영웅은 사라졌지만, 삶 속에서 묵묵히 노동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영웅 전태일 열사로 거듭 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왜 하필 1932년일까? 이때는 바로 윤봉길 열사가 일본군에게 폭탄을 던진 때. 과연 이 사건과 율은 어떻게 연관되는 것일까? 바로 율의 여자 친구와 연관된다. 율의 여자 친구 현아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의 후손이다(권력투쟁에서 승리자가 아닌 패배자가 된 독립투사의 후손이란 의미). 현아의 가정은 독립투쟁에 헌신했음에도 후에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후손이다. 그렇기에 그 가문의 삶이란 게 비참할 지경. 이런 아픔은 현아의 무의식의 세계에 깊게 자라잡고 있다. 이런 무의식은 현아가 불의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여 살아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현아 가문의 아픔의 출발이 바로 1932년의 폭탄 투하에 있다. 그렇기에 율은 현아를 살려내기 위해 현아의 증조할머니가 폭탄을 던지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과연 성공하여 현아를 살려낼 수 있을까?

 

이처럼, 작가는 역사의 주류에 부각되지 못하고, 비주류에 묻혀 버린 역사에 관심을 기울인다. 『타임슬립 1932』를 읽음으로, 시간여행이란 재미난 모험도 떠나고, 작가의 이런 역사를 바라보는 소리 없는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승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가 아닌, 탈식민주의 비평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역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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