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를 모으는 소년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22
나탈리 민 글.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책, 『글자를 모으는 소년』은 나탈리 민의 <소년> 시리즈 3권 가운데 첫 번째 책으로, 말을 통한 ‘관계 맺기’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숲 속의 오두막집에 홀로 사는 소년은 달빛 환한 저녁,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 글자들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글자를 모은다는 설정이 참 색다르네요.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데, 연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들, 그 글자들이 함께 섞여 있답니다. 소년은 바로 이런 글자를 수집하는 거죠.

 

그럼 이렇게 가져온 글자들로 소년은 무얼 할까요? 바로 파티를 한답니다. 우리 집 딸아이는 어떻게 글자들과 함께 파티를 할 수 있느냐고 묻네요. 정말 어떻게 글자들과 함께 파티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소년이 새롭게 글들, 단어들, 문장들을 만나는 것을 하나의 파티로 표현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이 말을 하지 못하다고 하나 둘 말을 알게 되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신비로운 파티이니 말이에요. 글자를 모은다는 것 역시 이런 의미인 것 같아요. 홀로 숲 속 오두막집에서 살아가는 소년이 말을 배울 수 있는 건, 결국 마을의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통해서일 테니 말이죠.

 

이렇게 신비한 파티, 글자들의 파티 후에 소년은 글자들을 유리병 속에 담아 둔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아진 글자들 가운데는 따뜻한 글자들, 예쁜 글자들, 멋진 글자들, 즐거운 글자들, 마음이 편안한 글자들, 아주아주 아름다운 글자들도 있지만, 또 어떤 유리병 속에 담긴 글자들은 안 예쁜 글자들, 나쁜 글자들도 있답니다. 이런 장면을 보며, 문득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언어의 유리병들이 가득한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아울러, 우린 어떤 유리병 속의 글자들을 주로 사용하는지도 말이에요. 나쁜 글자들, 안 예쁜 글자들보다는 예쁜 글자들,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글자들이 많이 사용된다면 좋겠어요.

 

글자를 모으고 이 글자들을 맛있게 버무려 이야기들을 만드는 법을 익히게 된 소년은 또 다른 글자들을 모으기 위해 마을에 갔다 한 소년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그동안 외롭던 소년에게 친구가 생기네요. 우리 아이들 역시 이런 과정들을 겪겠죠. 말을 배우게 되고, 배운 말들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게 되고, 이젠 그 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될테고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을 사귀어서 하게 되는 말들이 언제나 아름다운 말들이라면 좋겠어요. 숲 속 소년이 마을의 소년에게 처음 한 말은 “고마워.”랍니다. 이렇게 좋은 말로 시작된 관계, 아름답게 이어질 것 같지 않나요?

 

그 뿐 아니랍니다. 소년은 이제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이제 소년은 또 다른 글자들을 모으게 된답니다. ‘사랑’에 관한 글자들을 말입니다. 물론, 사랑의 감정이 좋은 것만 있진 않겠죠. 그렇기에 이렇게 모아진 글자들 가운데는 아픔이나 질투와 같은 글자들도 보인답니다. 하지만, 예쁜 글자들이 훨씬 더 많네요. 괜찮아, 행복해, 함박웃음, 사랑해, 아끼다, 반하다, 즐거운, 두근두근, 영원히,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등등 말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자라게 될 우리의 모든 아이들이 예쁜 글자, 좋은 글자, 행복한 글자들만 많이 사용함으로 정말 아름다운 관계들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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