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샘과 시바클럽 시공 청소년 문학
한정영 지음 / 시공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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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바로 ‘시바클럽’이란 녀석들이다. 발음이 참 요상하다. 잘못하면, 씨발클럽이나 씨바클럽이 된다(실제 이야기속에서 그렇게 말하는 녀석들이 나온다.). 시바는 솔로몬과 연관이 있는 지혜의 여왕이다. 그러니, 시바클럽은 그 지혜를 좇아가는 셈이다. 과연 어떤 지혜일까? 바로 두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내 고발하려는 거다. 콩글리쉬 영어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짝퉁샘과 학교 일진 태극간의 수상쩍은 관계를 알아내 고발하려는 것.

 

그렇다면 시바클럽의 회원들은 누구일까? 태권소녀이자 일진 태극의 오랜 절친이었던 분식집 딸인 미소. 반장이자 우등생이며, 태극의 숙제 셔틀을 하기도 하는 세민. 역시 태국의 셔틀을 했으며, 비비탄총 덕후인 다림. 이렇게 세 명이 시바클럽의 회원이다. 과연 시바클럽은 학교 일진인 태극과 짝퉁샘 간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

 

청소년소설인 이 책, 『짝퉁샘과 시바클럽』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있다. 학교폭력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다문화 가정의 비애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월남전으로 인해 남겨진 상처 라이따이한을 언급하기도 한다. 뿐 아니라, 대형유통업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소상공인들의 실태도 고발하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제3금융의 돈을 빌려 쓴 채무자들의 힘겨움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뿐인가! 소위 있는 집 부모들의 학교에서의 갑질도 여러 차례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이야기 속에 잘 버무려져 있는데, 이들 모두를 종합해 본다면 결국엔 약자의 아픔, 약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겨운 투쟁을 그려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들 약자들의 반란이 멋져 보이는 소설이다.

 

태극은 태권도 국가대표선수를 꿈꾸던 다문화 가정 아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가정에 불어 닥친 경제적 위기와 가정의 파탄은 꿈을 소멸케 만든다. 아울러서 자신을 괴롭히는 물리적 폭력 앞에 태극은 그들을 무찌르고 자신이 일진의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이렇게 일진의 자리에 올라선 태극은 그동안 괴롭힘을 당하던 친구들을 암암리에 돕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어머니를 구해내기 위해서라는 당위성이 있다 할지도, 태극은 이제 강자의 자리에 있다. 하지만, 그런 태극은 알고 보면 사랑하는 엄마를 구해내기 강자들에게 휘둘리는 약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태극은 약자이면서 강자이고, 또한 여전히 약자로 남아 있게 되는 캐릭터다.

 

미소 역시 약자일 수밖에 없다. 분식집 사장이자 홀아비인 아빠와 살아가는 미소는 이미 출발부터 강자에 속하진 못한다. 날마다 김밥에 들어갈 단무지를 자르느라 손톱에 노란 물이 들어 친구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미소는 특출한 부분도 없는 전형적 약자다. 다림과 세민 역시 태극이란 힘 앞에 셔틀을 당해야만 하는 약자다. 하지만, 이들 약자들이 연대한 시바클럽은 태극을 어른들의 폭력 앞에서 구해내는 통쾌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짝퉁샘 역시 실력마저 의심받는 홀아비 늙은 평교사에 불과하다. 진급의 길이 막혀버린 늙은 평교사. 하지만, 그런 짝퉁샘은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어두운 면을 반성하며 바로잡아보려는 건강한 지성이자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처럼 약자들이 모여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짝퉁샘과 시바클럽』 이야기는 재미나다. 무엇보다 약자들의 반란에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태극이 일진으로서 행했던 만행들, 그의 폭력의 혐의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비록 어머니를 구해내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당위성, 그리고 자신의 가정에 불행을 초래한 H-마트와의 연관성에 대한 보복 등이 태극의 혐의를 모두 상쇄하는 것은 아닐진대, 여기에 대한 고민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자들의 연대함이 통쾌한 일상의 회복을 만들어내기에 멋진 소설임에 분명하다. 이 땅에서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야만 하는 수많은 태극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오늘도 힘차게 살아가게 되길 축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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