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타이밍이야! 담쟁이 문고
정해윤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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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주제로 묶인 여섯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 나왔습니다. 정해윤 작가의 『문제는 타이밍이야!』란 책으로 청소년소설입니다. 청소년소설답게(?) 모든 이야기의 서술자는 청소년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건의 관찰자가 청소년인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의 사랑의 주체가 청소년은 아닙니다. 때론 할머니의 사랑도 있고, 엄마의 사랑도 있습니다. 이들 사랑의 이야기들이 때론 애틋하기도 하고, 때론 달달하기도 하며, 때론 아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들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어쩌면 사랑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보게도 됩니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안단테에스프레시보!」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빠진 할머니, 그리고 그로 인해 충격에 빠진 한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마땅히 응원해야 하겠죠. 하지만, 아빠는 그럴 수 없습니다. 사랑에 빠진 할머니와 이를 마땅치 않게 여기는 아빠간의 갈등이 해소되어지며 사랑의 결말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예쁜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레시피」는 오랜 시절 서로 티격태격하며 성장한 두 소년소녀가 어느 날 상대를 향한 자신들의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첫사랑의 풋풋함과 서투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 이야기네요. 맞아요. 사랑은 어쩌면 가까운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감정이 어쩌면 다른 감정들로 감싸여 감춰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틀라스 콤플렉스」는 머리보다 힘쓰는 것을 좋아하는 병승이란 남자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얄미운 여자 반장에게 이용당하는 사랑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현지라는 아이의 모습이 참 얄밉고 괘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병승이의 모습이 참, 바보 같고, 이용당한 그 사랑이 아프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통해 성장해 가는 병승의 모습이 멋져보기도 한 이야기입니다.

 

「첫사랑 뽀샵 중」은 동네 약국 아저씨를 짝사랑하게 된 여자아이의 이야기입니다. 혼자 마음에 품고 있던 아저씨가 엄마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아프고 황당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엄마의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자신의 첫사랑을 뽀샵 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예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뽀샵하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미솔이는 처음 붙였던 밴드부터 떼기 시작했다. 밴드를 붙였던 자리가 도드라졌다. 그곳은 마치 바늘로 콕콕 찍어놓은 듯 아주 작고 미세한 구멍들이 생겨나 있었다. 상처를 감쌌던 상흔처럼 첫사랑은 그렇게 흔적을 남겼다. 미솔이는 그 작은 구멍들을 살살 문질러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듯 구멍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봄볕이 무르익던 날 마지막으로 붙인 빨간색 밴드까지 떼고 나자 수첩이 홀쭉해졌다. 하지만 밴드가 차지한 자리만큼 수첩은 아직 들떠 있었다. 미솔이는 수첩을 미리 준비한 상자에 넣어 장 깊숙이 보관했다.(116-7쪽)

 

우리네 사랑의 상처는 이처럼 아무리 잊으려 해도 사랑의 밴드가 붙어 있던 그 자리만큼 당분간은 들떠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첩은 다시 눌려 그 들뜬 빈자리를 눌러 메우겠죠. 혹 사랑의 상처로 고통당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힘내세요. 곧 그 빈자리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와 채워질 테니 말입니다.

 

「나이롱 파마」는 아이들이 각자의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의 무게가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모습일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모두는 나이를 떠나 각자 삶의 무게로 힘겨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삶의 무게를 서로에게 기댈 때, 그 무게가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사라져버리게 된다는 진실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문제는 타이밍이야!」는 시련의 상처를 멋지게 극복해가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의 타이밍이 잘 맞는 건, 아이의 사랑이 아닌, 부모님의 사랑이지만 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사랑의 상처를 입은 언니가 하는 말이 참 멋지네요.

 

세상의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래. 왜냐하면 말이지, 같은 사람하고 두 번 다시 사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거지.(174쪽)

 

사랑의 상처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 상처가 아물어 또 다른 첫사랑의 행복이 이야기 속의 아이에게 그리고 오늘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도 임하길 바랍니다.

 

여섯 편의 단편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느낌은 마치 동화와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단편소설은 읽다가 내가 지금 청소년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동화를 읽고 있는 건지 잊어버릴 때도 있을 만큼 동화의 느낌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청소년소설에 따스함을 불어넣어주는 작가만의 또 하나의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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