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이러스 LIV3, 책의 죽음 청소년시대 3
크리스티앙 그르니에 지음, 김영미 옮김 / 논장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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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대적 배경은 21세기 말이다. 유럽은 아카데미 정부가 통치한다. 이들 아카데미 정부의 위원들은 대부분 작가, 철학자, 지식인들로 구성된 문자족이다. 여기 문자족이란 독서와 책이 인간 존재의 근본적 관심과 활동이라 생각하며, 책을 통한 독서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자들이다. 이들이 유럽을 통치하기 시작하며, 모든 사람들은 종이책을 통한 독서를 의무화하게 되고, 반대로 컴퓨터나 전자 기기의 사용은 터부시된다. 아울러 이러한 문자족에 대한 반발로 책을 거부하며 컴퓨터나 영상에 몰두하는 컴족이 생겨나게 되며, 이들 컴족은 문자족에 의해 멸시받는 종족이 된다. 이런 상황 하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바이러스가 문자족을 휩쓸어간다(컴족이 아닌 문자족을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다. 왜냐하면 이 바이러스는 컴퓨터가 아닌 종이책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 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종이책의 글자를 사라지게 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책을 읽게 되면, 그 책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그 사람이 읽은 부분은 백지로 변해버린다. 또한 이 책을 펼친 또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고, 또 다시 다른 책으로. 이처럼 바이러스는 확산된다. 이제 문자족들이 다스리는 세상의 책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이 책바이러스가 갖는 묘한 현상은 책을 읽는 사람은 그 책 속으로 실제 들어가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책의 같은 부분을 읽게 되면,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책 속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 바이러스는 또 하나의 축복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책이 백지화 된다는 현상을 해결할 방법이 없긴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바이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이 바로 주인공 알리스다. 알리스는 문자족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컴퓨터를 멀리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알리는 듣고 말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 컴퓨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셀제로 알리스는 밤마다 웹상에서 몬다예라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몬다예에게는 놀라운 신분의 비밀이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출간한 알리스는 문자족이면서도 컴족들에 대한 우호적 성향을 띠고 있기에 아카데미 위원에 선출되게 되고, 책 바이러스 LIV3 문제를 해결할 미션을 받게 된다. 이에 알리스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하고 컴족들에게 다가가는데. 과연 알리스는 어떤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 세상의 책들은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까?

 

책의 문자가 사라지는 바이러스라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이 책, 『책바이러스 LIV3, 책의 죽음』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흥미진진하게 사건이 진행되기에 중간에 책장을 접기가 힘들 정도로 재미있다. 아울러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독자들에게 책과 컴퓨터는 서로 대적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오히려 둘은 서로를 보완해 주고 함께 가야할 관계다(소설의 결말이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난 과연 문자족에 속하는지, 아님 컴족일지를 생각해본다. 과연 어느 쪽일까? 물론, 둘 다가 아닐까? 이 서평을 읽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전자책의 장점은 많은 분량이 작은 공간에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이책이 전해주는 느낌을 주기에 전자책은 뭔가 부족함이 있다. 그렇다고 종이책만이 답인가? 물론 아니다. 우린 컴퓨터나 다양한 영상들을 통해, 더 풍요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그럼에도 여전히 내 몸은 오프라인에 존재하기에 오프라인의 맛을 그리워하고 요구한다. 그러니 둘은 상호보완적 관계요, 공생의 관계여야 한다.

 

또한 소설을 읽어 가는 가운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고전들을 발견하는 것 역시 독자에게 전해주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21세기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소설 속에 온갖 고전들이 등장한다. 이야기 속에서 책 바이러스를 통해, 책 속의 책을 읽고, 쓰는 것처럼, 독자들은 책 속의 책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또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이 소설은 문자족이 세상을 지배하고 컴족의 가치가 폄하되고 있는 시대를 그려내고 있지만, 반어적으로 오늘 우리의 시대는 점점 컴족이 흥왕하고 문자족은 소멸되어가는 모습을 떠올려보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과연 오늘 우리의 청소년들은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을까? 청소년들은 그렇다 치고, 성인들은 또 얼마나 책을 읽고 있나? 온 종일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가락을 떼지 않으면서 말이다.

 

오늘 우리의 삶은 이 두 영역이 공존해야 할뿐더러 한 사람의 삶 역시 이 두 영역에 기반을 둬야만 하지 않을까?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는 것은 또 하나의 장애를 낳게 된다. 둘이 함께 내 삶에 공존해야 한다. 어쩌면 오늘 우리 시대가 첨단기기에 홀릭하며, 책을 멀리 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바이러스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미 우린 또 다른 형태의 책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다. 우리 모두 책을 가까이 함으로 이 바이러스를 몰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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