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입시전쟁이란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이 책 『테스팅』은 진정한(?) 입시전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전 세계가 일곱 차례의 전쟁으로 멸망한 이후, 세계는 다시 삶의 터전을 재건하기 위해 애쓴다. 이 가운데 아메리카 통일연방정부 역시 삶을 재건하기 위해 애쓰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테스팅’이란 제도다. 각 고등학교의 졸업생 가운데 뛰어난 학생들이 테스팅의 후보자가 되고, 이 테스팅을 거쳐 합격하게 되는 소수의 학생들만이 대학생이 되어 통일연방정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인 시아 역시 졸업하게 되며 테스팅의 후보자가 되길 바라는데, 시아가 살고 있는 주인 다섯호수마을은 수년간 한명의 후보자도 배출하지 못한 작은 주이다(물론, 그 감춰진 이유가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 바뀌면서 이 작은 주에서 4명의 학생들이 후보자로 뽑히게 되고, 그 가운데 시아 역시 포함된다. 이제 꿈에 그리던 테스팅을 받기 위해 떠나기 전날, 역시 오래 전에 테스팅에 합격하고 대학을 졸업한 아빠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건 모든 입시 후보생들은 테스팅 기간에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한단다. 아마도 기억을 지우는 조치를 받게 된 듯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아빠는 악몽을 통해, 자신이 그곳 테스팅 과정 가운데, 끔찍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합격자가 되기 위해선 다른 후보자들을 죽이기까지 하는 그런 끔찍한 경험을 말이다.

 

이를 듣게 된 시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테스팅 과정에 들게 되는데. 자신의 룸메이트가 첫 번째 시험을 마치고 자살하게 된다. 뿐 아니라, 테스팅 과정 가운데 낙오되는 자는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됨을 시아는 깨닫게 된다. 테스팅 과정은 성공을 향해 달려 나가는 발판이 아닌, 목숨을 내놓고 해야만 하는 끔찍한 과정이었던 것.

 

통일연방정부의 지도자들은 강인한 리더들이 세워져야만 두 번 다시 공멸하는 끔찍한 경험이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테스팅의 강도는 대단히 높고 잔혹하였던 것이다. 이런 끔찍한 상황에 시아 역시 동조할 순 없지만, 생존을 위해선 시아 역시 낙오되지 않아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과연 조그마한 소녀인 시아는 이 모든 잔혹한 시험을 통과하여 합격하게 될까?

 

이 소설, 『테스팅』은 먼저, 무지막지한 설정이 눈에 띤다. 합격하지 못하는 자, 낙오된 자는 죽어야만 하는 끔찍한 세상이라니. 게다가 함께 합격하게 하려 애쓰는 협동과 따스한 인성의 지도자보다는 자신만이 살아야한다고 여기는 냉혹하고 잔혹한 리더들이 키워내는 세상이라니. 그런데, 이런 세상이 과연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걸까? 이것이 문제 아닐까? 소설은 지극히 과장된 세상을 설정하고 있지만, 그 과장된 냉혹한 세상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내가 올라서고, 내가 잘 되기 위해선 기꺼이 동료를 배신하고, 동료를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한 세상이 오늘 우리의 세상이며, 이런 세상 가운데 우리 자녀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그렇게라도 올라서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이라 공공연하게 가르치는 세상이라면.

 

하지만, 소설 속의 시아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내 곁의 동료를 믿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비록 그 일로 인해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시아를 떠나보낼 때, 아버지는 아무도 믿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시아는 동료를 믿고, 또한 동료를 살려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극한의 경쟁 구도에서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시아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또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이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기꺼이 죽일 수도 있는 그 모습은 어쩌면 우리 인간의 본연의 모습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리 우리가 바른 당위성을 말한다 할지라도 생존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그 어떤 이상도, 윤리도, 양심도 팽개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임을 작가는 말하는 것이 아닐까?

 

어찌되었든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도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한 번 책장을 펼치면 다시 덮기가 쉽지 않다. 때론 끔찍한 지도자들의 모습, 그리고 인간성을 빼앗긴 과도한 경쟁구도를 부추기는 모습에 고개를 젓게 되면서도 결코 책장을 덮을 수 없을 만큼 강한 몰입도는 이 책의 가장 큰 힘이다.

 

과연 2편에서는 또 어떤 놀라운 일들이 시아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함을 품고,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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