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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62
윤문영 글.그림, 이윤진 옮김 / 내인생의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민족의 서글픈 역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위안부 문제일 겁니다. 요즘은 위안부라는 말보다는 ‘성 노예’라는 말을 쓰기도 하죠. 나라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꽃다운 나이에 끌려가 짓밟혀야만 했던 우리 할머니들. 나라도 빼앗기고, 자신의 인생까지 빼앗겨야만 했던 할머니들. 그분들은 여전히 씻을 수 없는 한을 품고 게시죠. 아직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말이죠.
이러한 아픔과 설움, 한을 담아 주한일본대사관 앞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그리고 미국 땅에까지 세워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평화의 소녀상’입니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아픔과 설움이 묻어나는 ‘평화의 소녀상.’ 이렇게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이유는 우리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악화시키고자 함이 아닙니다. 도리어 온전한 화해로 나아가기 위한 거죠.
진정한 화해는 진정성 있는 사죄와 용서, 그리고 포용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출발은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사죄입니다. 사죄 없는 용서나 청산은 거짓에 불과합니다. 이미 우리의 역사는 이것을 잘 보여주고 있죠. 사실,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 이미 이런 모든 일제 강점기 시대의 전범 사건들에 대해서 약간의 경제 원조를 받고 앞으로는 이 일들에 대해 청구하지 않겠노라며 퉁을 쳤거든요. 약간의 돈에 이 모든 아픔의 역사를 팔아버린 거죠.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기에 여전히 이 아픔의 골, 원망의 골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고요.
이 짧은 그림책은 바로 이런 아픔의 역사를 통해,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네요. 한 아주머니의 울먹거림, ‘일본 정부는 반성하지 않는 죄가 있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게도 죄가 있는 것 같다.’는 고백에 눈시울이 적셔지며, 오늘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에게도 죄가 있다는 말이 큰 여운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됩니다. 진정한 역사 청산을 위해 애쓰는 분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펼치는 작은 손짓들. 아울러 개인적으로라도 자신들 조상의 죄에 대해 사죄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있는 한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겠죠. 바라기는 이제 한 분 한 분 우리 곁을 떠나시는 할머니들이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의 음성이 울려 퍼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좋은 그림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