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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달걀 왕 ㅣ 너른세상 그림책
오하나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5년 10월
평점 :
어린 시절엔 ‘나도 요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죠. 요즘처럼 tv 프로그램을 온통 쉐프들이 차지하고 있어서 요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던 건 아닙니다. 아마 어린 시절 요리하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었던 이유는 요리란 언제나 엄마가 해주시는 것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다시 말해, 요리는 어른들의 영역이었다는 거죠. 그랬기에 어른들의 영역에 대한 동경으로 요리를 해보고 싶었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하는 것들은 모두 멋져 보였으니까요.
어쩌면 바로 이와 같은 마음으로 요리 왕에 도전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들이네 아빠는 탄광에, 엄마는 밭에 나가시고, 집엔 동생 산들이와 나들이 둘 뿐입니다. 심심한 오후가 되자 배가 고파오네요. 나들이는 동생을 위해 부엌에 들어가 달걀 프라이를 하게 됩니다. 석유풍로에 불을 붙이고, 프라이팬을 올리고 기름을 두르죠. 물론 첫 작품은 실패작이었지만요.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맛나기만 하죠. 금세 달걀 한 판이 동이 나 버립니다.
이에 기웃거리던 마을 아이들이 자신들의 집에서 달걀을 가져오네요. 오리알을 가져오기도 하고요. 완전히 아이들만의 동네잔치가 되었답니다. 물론, 집에 돌아온 엄마에게 꾸중을 듣긴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 신나는 하루를 보냈답니다.
이처럼, 『우리 동네 달걀 왕』은 아이들의 심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또한 옛 풍경,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랍니다. 요리도구로 등장하는 석유풍로를 보니, 옛 추억에 빠지게 되네요. 어린 시절, 이런 석유풍로에 음식을 하곤 했으니 말이죠. ‘심지 가~~ㄹ 어!’ 외치며, 마을을 다니며 석유풍로 심지를 갈아주시던 아저씨도 생각나네요. 그러니, 이 책은 부모님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자,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의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책이랍니다.
아울러 동네 아이들이 마치 한 가족처럼 하나 되어 각자 자신의 집에서 달걀을 가져오는 모습 역시 옛날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네요. 넉넉하진 않았지만, 달걀만으로도 골목의 아이들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멋져 보이기도 하네요. 오늘 우리 아이들도 이처럼 골목에서 함께 요리 왕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부모님들의 관리 하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