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팔사략 -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 현대지성 클래식 3
증선지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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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식했다. 『십팔사략』이란 책을 몰랐다. 아니, 심지어, 「쉽게 읽는 중국사 입문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기에 현대의 작가가 쓴 중국사라고 생각했다(오호라, 무식한 자여!^^). 하지만, 이 책은 송나라 말기의 인물인 증선지라는 사람이 중국의 처음 역사부터 송나라가 멸망할 때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었다.

 

증선지는 송나라 말기에 과거에 급제한 관리로 송나라에 대한 충절이 가득 찬 학자였기에 송나라가 멸망한 후, 벼슬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고 한다. 송나라의 멸망이 증선지 개인에게는 너무나도 불행한 일이겠지만, 어쩌면 그랬기에 오늘 우리는 이처럼 위대한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인생이란 이처럼 묘한 구석이 있다.

 

『십팔사략』이란 사마천의 『사기』를 위시로 한 18권의 역사서를 요약하여 알기 쉽게 중국의 역사를 편찬하였다는 의미다. 이렇게 탄생한 『십팔사략』은 조선시대 선인들의 필독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이 두툼한 책을 읽어나가는 가운데,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조선사 책에 등장하는 많은 중국의 예화들을 이 책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 단종을 섭정 아닌 섭정을 하며 자신을 주공에 비유하며 단종을 안심시키려 하는데, 그 주공이란 인물을 만나며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된다. 우리의 역사를 보면, 백이, 숙제와 같은 충절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들이 누구인지도 만나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역사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의 역사 속에서 회자되는 역사를 만나게 된다는 재미가 쏠쏠하다(물론 당연히 중국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와는 연관이 깊다).

 

뿐 아니라,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중국의 역사 이야기들을 시기별로 개관하며, 그 이야기가 어느 시대의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 재미도 있다. 물론, 책의 두께는 전의(?)를 상실케 하기도 하지만, 막상 책장을 펼치면 어렵지 않게, 마치 역사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처럼 술술 읽히게 된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언어들의 유래가 되는 역사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으며, 삼국지나 서유기와 같은 문학작품의 실제 역사적 배경을 만나게 되는 기쁨도 있다.

 

무엇보다 역사 속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되며, 물론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통해, 배우게 되는 교훈도 이 책이 주는 대표적 선물이다. 특히, 나라가 망하게 될 당시의 모습들을 통해, 왕이 자신의 자리를 사명이 아닌 특권으로 착각하기 시작하며, 여자나 사치, 음주가무에 빠지게 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지 거듭거듭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멋진 모습의 다양한 리더들을 통해, 참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배우게도 된다.

 

이 책은 비록 책의 두께가 만만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찬찬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니, 어쩌면 그 두께만큼 더 행복한 역사읽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대별로 읽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참, 이 책은 고전 역사책이다. 하지만, 편역자가 오늘 우리가 쉽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현대어로 잘 편역하고 있음도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다. 다시 말해, 처음 무식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현대인이 적은 중국역사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대인에 맞춰 편역된 역사서인 것이다.

 

물론, 저자가 송나라 말기, 원나라 초기의 인물이기에, 우리의 역사와 직접적 연관이 많은 원, 명, 청, 그리고 현대의 중국 역사는 이 책에는 당연히 없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원나라 이전까지의 중국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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