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빈티지 : 디지털을 버리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3
린지 레빗 지음, 유수아 옮김 / 내인생의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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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빈티지』는 열여섯 살 소녀 맬러리가 겪게 되는 십대 성장통을 다루고 있는 성장소설이다. 맬러리가 겪게 되는 성장통은 사랑의 아픔이다. 책 소개를 보면, 맬러리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특기는 연애, 취미는 키스인 열여섯 살 맬러리.” 그렇다. 맬러리는 지금 열애에 빠져 있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운 현장을 맬러리는 목격하고 만다. 바로 사이버상에서. 남친 제러미는 사이버상에 아내를 두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사이버 아내에게 온갖 애정 어린 표현을 가득 전하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자신과 사귀고 자신과 사랑을 나누던 때조차.

 

화가 난 맬러리는 SNS에 결별을 선언하게 되고, 이로 인해 맬러리는 SNS상에서 온갖 비방의 소리들을 듣게 된다. 이에 맬러리는 그토록 매달리던 SNS와 디지털 세상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할머니의 짐을 정리하다가 그곳에서 열여섯 할머니의 위시리스트를 발견하게 되고,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되면서 할머니의 이 리스트를 자신 역시 수행하겠다고 다짐한다. 리스트를 완성할 때까지는 디지털 세상과 결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시작된 맬러리의 디지털 결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디지털 결별로 인한 아날로그로의 회귀, 복고실험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청소년소설이자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고잉 빈티지』는 무엇보다 디지털 세상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단편적인 내용에 즉각 열광하기도 하며, 또 반대로 비난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디지털 세상에서의 소통은 빈번한 숫자에도 불구하고 자칫 모양뿐인 것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복고로 돌아감으로 문자나 인터넷상에서의 소통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소통, 개인휴대전화가 아닌 모든 식구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유선전화를 통한 대화 등을 통해, 아날로그의 매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디지털 세상이 잘못이고, 아날로그만이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아날로그 시대의 할머니 역시 당시에는 아픔이 있었을 뿐더러 감추고 싶은 상처와 어두움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휴대 전화 같은 도구들은 이 무대에서 중요한 갈등 요소가 아니었다. 중요한 점은 오십여 년 전 할머니도 나처럼 엉망진창인 감정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은 없었는지 몰라도 사랑의 감정과 실연의 아픔은 시대를 가로질러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373쪽)

 

디지털 세상이건 아날로그 세상이건 간에 정말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소통임을 소설은 이야기한다. 가족 간에도, 친구 간에도, 연인 간에도 진정성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

 

모름지기 관계란 ‘완벽’이 아니라 ‘진정성’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모든 관계에는 부족함이 존재한다. 서로 부딪치고 깨지며 진정성 있게 관계를 다져야 한다. 노력이 멈추면 관계도 멈춘다.(388쪽)

 

이러한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맬러리의 가족이 회복되고, 친구 관계가 회복되며, 세대 간의 소통과 회복도 이루어진다. 물론,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까지.

 

또한 맬러리는 할머니가 열여섯 살 때 작성한 리스트를 자신이 실행해나가며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위시 리스트가 아무리 낭만적으로 여겨진다 할지라도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리스트를 써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소설, 『고잉 빈티지』는 십대의 갈등과 위기, 고민을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전혀 어둡지 않고, 밝고 아름답게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복고가 답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왠지 복고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통통 튀던 십대의 그 시절을 되새겨보게 하는 예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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