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자꾸 듣고 싶은 역사 속 귀신 이야기 이야기 역사왕 5
설흔 지음, 권문희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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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흔 작가 선생님이 계속하여 작업하고 있는 <이야기 역사왕>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로 역사를 바라보고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 다섯 번째 책은 귀신에 대한 이야기, 『무섭지만 자꾸 듣고 싶은 역사 속 귀신 이야기』네요.

 

귀신 이야기이니,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무서운 옛날이야기라기보다는 귀신이 등장하는 실제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 귀신 이야기 이면에는 어떤 의도 내지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아주 재미나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모두 5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는 귀신이 없다고 믿었던 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답니다. 반면,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있고, 귀신이 되어버린 뱃사공 이야기,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신하들을 놀려준 왕 이야기 등이 있답니다.

 

무엇보다 귀신 이야기 이면의 귀신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시대상이 왠지 슬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네요. 예를 들면, 세조 왕 시대에는 귀신 이야기가 참 많았다고 하네요. 그 이유는 조카 단종을 죽인 그 매정함과 단종의 애끓는 사연 때문이겠죠.

 

또한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 때에도 귀신들이나 초자연적 현상들이 많았다네요. 이는 백제가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당성을 실어주려는 노력이었겠죠. 귀신도 그 운명을 예언한 멸망이라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난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였답니다. 신라의 진평왕 시대의 비형랑 이야기랍니다. 비형랑은 진평왕의 사촌동생으로 진평왕 직전 왕인 진지왕의 아들입니다. 진지왕은 임금답지 못한 행동으로 왕에서 쫓겨났대요. 그 뒤를 이어 왕이 된 조카 진평왕은 쫓겨난 삼촌의 아들인 비형랑을 궁궐로 불러 신하로 삼고 여러 가지 일을 맡겼대요. 그런데, 바로 이 비형랑은 귀신이었대요. 그러니 귀신이 벼슬을 하고, 많은 일들을 맡아 했다는 거예요. 그 뿐 아니라, 비형랑은 또 다른 귀신들도 불러 함께 나라의 일을 하곤 했다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들을 이 책은 우리에게 전해줄뿐더러 이런 역사가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도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 보게 한답니다. 그런데, 비형랑을 귀신이라 묘사하는 건, 당시 비형랑이 쫓겨난 임금님의 자식이어서 떳떳하게 살아갈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라네요. 그렇게 본다면, 비형랑의 친구들도 모두 같은 신세였다는 거겠죠. 왕권의 정당화를 위해서 왕의 곁에 있으며, 또 실제적으로는 많은 업적을 남김에도 마치 실체가 없는 귀신과 같은 신세들. 그러니, 귀신이 무섭기보다는 서글픈 존재로 다가오네요. 아울러, 어쩌면 오늘 이 땅에도 귀신처럼 살아 있음에도 허상과 같은 존재로 살아야만 하는 그런 분들이 많은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고요.

 

또한 귀신 이야기들이 대체로 불안한 정국에서 유래하고 있다면, 오늘 이 시대 역시 귀신 이야기들이 많이 나돌게 되는 그런 정국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고요. 우리가 무섭게만 여겼던 귀신 이야기 이면에 슬픈 역사적 정황들이 있었음을 알게 해주는 흥미로운 역사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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