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탄카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7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글, 타티야나 코르메르 그림, 이수경 옮김 / 살림어린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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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닮은 닥스훈트 잡종 개 카시탄카는 어느 날 주인을 따라 길을 나섰다가 주인도, 길도 잃게 됩니다. 그런 카시탄카를 어떤 낯선 이가 데려가 따스하게 대하며 맛난 음식들을 주네요. 이제 카시탄카는 새로운 주인집에서 거위 이반 이바니치와 고양이 표도르 티모페이치를 만나게 되죠. 처음엔 서로 경계하고 다투기도 했지만, 금세 이들은 친해진답니다.

 

이제 새로운 집에서 카시탄카는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곳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며, 뼈만 앙상하던 말라깽이 몸은 이제 토실토실하고 사랑스러운 개의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카시탄카의 새로운 주인의 직업은 피에로랍니다. 그래서 서커스의 기술들을 배우게 되죠. 물론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학대당하는 그런 모습은 아니랍니다. 카시탄카는 새로운 훈련이 재미있기만 하거든요.

 

이제 드디어 첫 번째 공연의 날 공연장에서 카시탄카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된답니다. 과연 그 일은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그림책이라고 하기엔 글이 너무 많네요. 그리고 그 내용 역시 고전의 향기가 풍기며 분량도 그림책이라 하기에는 상당하기에 그림책임에도 책의 독자대상은 초등 중학년 이상이어야 할 것 같네요.

 

저자인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 문학의 대표적 작가라고 합니다. 물론, 100여 년 전의 인물이고요. 그리고 그 내용 역시 옛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 역시 고전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창작 연대와 내용을 담고 있네요.

 

이 단편 소설을 소개하는 글에 이런 문구가 있네요.

 

낯선 세상에 던져진 강아지 ‘카시탄카’가 겪는 혼란, 그리고 익숙한 관계를 향한 그리움의 여정!

 

그러니, 카시탄카가 길을 잃고 새롭게 만난 주인과의 경험은 어쩌면 꿈같은 일, 혼란스러운 경험이라는 접근 같네요. 그리고 결국 익숙한 관계인 첫 주인에게로 돌아감이야말로 그리움의 여정이라는 접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답니다. 사실 카시탄카의 원래 주인은 카시탄카에게 잘 해 준 느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언제나 굶주림이 카시탄카의 양식이었죠. 아울러, 카시칸카에게 주인이란 자신을 수시로 때리는 존재고요. 그러니 원래 주인은 사랑을 주기보다는 매질을 주던 사람입니다. 반면 새 주인은 카시탄카에게 서커스 훈련을 시키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대하며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사랑을 주고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러니 새 주인이 카시탄카에게는 훨씬 고마운 존재죠. 그럼에도 첫 주인과의 생활이 카시탄카에게는 익숙한 관계였기에 다시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조금은 의아하네요.

 

과연 작가는 이런 내용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보게 됐답니다. 비록 아름다운 관계가 아니더라도 익숙한 관계를 찾는 것이 좋다는 걸까요? 그럼에도 첫 주인을 향한 의리를 지키는 것이 개의 마땅한 자세라는 것을 말하는 걸까요? 물론 주인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개의 충의라고 포장할 수 있겠네요. 그 여정이 그리움의 여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이건 너무 인간의 입장 아닐까요? 주인공인 잡종개 카시탄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새 주인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답니다.

 

그렇기에 설령 작가의 원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할지라도, 다르게 해석되네요. 카시탄카의 모습은 여전히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임에도 익숙한 관계를 끊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모습, 현실에 수긍하며 그저 살아가는 군상들을 향한 풍자라고 해석할 순 없을까요?

 

물론, 비록 힘겨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의리를 지켜내며, 첫 주인에게로 향하는 그 그리움 자체를 나쁘다고만 말할 순 없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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