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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시 동물들의 권리 투쟁기 ㅣ 사계절 아동교양 문고 9
김향금 지음, 이갑규 그림 / 사계절 / 2015년 7월
평점 :
달빛도시라는 곳에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네요. 갑자기 우리에 갇혀 있던 돼지들이 사람처럼 말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뿐 아니라,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합니다. 살기 힘든 돼지우리의 환경, 새끼에게 젖을 물리지도 못하는 비애, 잘리는 꼬리 등을 성토합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고기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돼지들은 철제 우리를 넘어 자유의 공기를 마시며 달려 나간답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전해져 달빛도시의 모든 동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기 시작하네요. 과연 이런 동물들의 자기 권리 주장 앞에 달빛도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결말을 낳게 될까요?
이 동화 『달빛도시 동물들의 권리 투쟁기』는 동물들의 권리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좋은 동화랍니다. 자칫 딱딱한 방식으로 내용의 의미전달에 초점이 맞춰질 수도 있는 그런 주제이지만, 이런 주제를 작가는 하나의 이야기로 잘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내용들을 전해 주고 있네요.
동화속의 달빛도시의 시장님인 나챙겨 씨는 사람제일주의를 외치는 분이랍니다. ‘사람제일주의’ 좋은 말이네요. 우리는 언제나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돌봐야 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좋은 말인가요. 하지만, 이 안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답니다. 그건 사람이 제일이기에 사람을 위해 모든 피조물들은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거든요.
달빛도시 시장님 나챙겨 씨가 부르짖는 ‘사람제일주의’는 조금 유식하게 표현하면 휴머니즘이죠. 휴머니즘, 얼마나 좋은 말인가요. 이를 조금 딱딱한 표현으로 바꾼다면 인본주의라고 할 수 있죠. 인본주의 역시 좋은 말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인본주의를 교회에서는 나쁜 것으로 말하는 것을 종종 들어 보았을 거예요. 왜 그럴까요? 인본주의라고 말할 때, 그것을 조금 구분해야 해요. 인본주의는 사람을 언제나 중요하게 여기기에,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고, 어느 누구의 인권이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생각이 있는 반면에, 또 하나는 인간이 모든 것들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있답니다. 그래서 신보다 인간이 중심이 되고, 어떤 피조물보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거죠. 사실, 교회에서 인본주의를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에요(물론, 그런 구분 없이 무조건 인본주의가 나쁘다고 하기에, 전자 역시 나쁜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요).
자, 이렇게 봤을 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겠죠.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니, 인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인간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존재라는 자만심. 이것이 바로 오늘 수많은 가축들을 상상 이상으로 괴롭게 만드는 원인이랍니다. 동물들은 그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에 불과하기에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다는 자세를 갖게 되는 거죠.
조금 재미없는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튼 이 책, 『달빛도시 동물들의 권리 투쟁기』는 상당히 재미있으며, 또한 우리에게 참 인간으로서 동물들을 향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좋은 책이랍니다.
마지막으로 달빛도시 시장님의 딸이 아빠에게 하는 말이 인상 깊네요.
“행복이는 우리 가족이잖아요? 다른 동물들도 지구에서 우리랑 같이 사는 가족이에요. 생명은 모두 소중해요.”(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