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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찍는 사진관 - 강소천 동화집 ㅣ 아동문학 보석바구니 7
강소천 지음, 김영주 그림 / 재미마주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강소천 선생님의 다섯 번째 단행본이자 네 번째 동화집인 『꿈을 찍는 사진관』은 모두 13편의 단편동화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이산의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이 동화집이 출간된 때가 휴정협정 후 1년가량이 지난 때이기 때문일 겁니다.
이 시기는 무너진 사회를 다시 건설하려는 의지와 함께 북녘에 두고 온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이 사무쳐 수많은 이산가족들을 힘겹게 할 때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때, 동화를 통해 이산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있네요. 사실, 현실 세상에서는 결코 헤어진 가족,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물론 후에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몇 차례 만나게 되었지만). 하지만, 동화의 세상 속에서는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죠.
첫 번째 이야기인「준이와 백조」에서 준이는 백조가 전해 준 피리를 불자, 북녘 땅에 계신 할아버지도, 동무들도, 고향산천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이는 판타지의 세상 속에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당시 헤어짐의 슬픔 가운데 있던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됨은 분명할 겁니다.
두 번째 이야기 「꿈을 파는 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새장에 갇혔다 날아간 새들이 주인공을 다시 찾아와 어느 공간으로 이끕니다. 그곳엔 ‘꿈을 파는 집’이란 글이 적힌 집이 있었고요.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꿈을 팝니다. 이곳에서 준 알약을 먹자, 주인공은 한 마리 새가 된답니다. 새가 되었으니, 휴전선의 철조망도 쉽사리 넘을 수 있겠네요. 새가 되어 고향에 찾아간 주인공은 그곳에 두고 온 세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아이들은 눈앞의 새가 아빠인줄 모르지만요.
세 번째 이야기이자, 동화집의 제목이기도 한 「꿈을 찍는 사진관」 역시 유사한 동화입니다. 주인공은 북녘 땅에 두고 온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합니다. 그 추억 안에는 순이란 여자 친구가 있고요. 주인공은 ‘꿈을 찍는 사진관’에 우연히 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사진으로 찍게 된답니다. 꿈속에서 주인공은 헤어진 순이를 만나고,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꿈속의 장면이 찍히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 사진속의 본인은 지금의 나이를 먹은 모습인데, 순이는 헤어질 당시인 8년 전의 모습이랍니다. 이 부분이 참 아련한 아픔으로 다가오네요. 어쩌면, 그들에게는 잊혀진 8년의 세월이 가로막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오늘 우리들에겐 이미 60여년의 세월이 단절되어 있고 말입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이곳 ‘꿈을 찍는 사진관’을 발견하게 된다 할지라도, 그래서 사진을 찍는다면, 사랑하던 연인 간은 이제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차이가 나겠네요. 아무리 그리워한들 그 기억, 추억은 이미 60 여 년 전에 멈췄을 테니 말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인 「웅이와 제비」 역시 이처럼 이산의 아픔을 그려내고 있답니다. 주인공 웅이는 제비들이 자신의 집 처마에 자리 잡길 바랍니다. 그것도 북녘에서 날아온 제비이 말입니다. 제비들을 통해서라도, 인민군에게 잡혀간 아버지, 그리고 고향 땅에 계실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자 하는 거죠. 떨어진 가족의 소식을 듣고자 하는 애끓는 심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네요.
이처럼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이산의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작가 선생님은 당시 이처럼 이산의 아픔으로 힘겨워할 수많은 독자들이 이러한 동화들을 통해서 그 아픔을 달래길 원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산의 고통이 금세 해소되길 소망하며, 그 때까지라도 동화속에서나마 고향산천을 향한 그리움을 달래길 바랐겠죠. 이토록 오래 고착될 줄은 아마도 작가 선생님도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전히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이기에 이러한 동화들은 비록 시대가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 여겨지네요.